[미션 톡!] 하와이 요양병원서 생 마감한 이승만 대통령의 바람은…

입력 2024-08-20 03:03
이승만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3년 4개월간 머물렀던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 호놀룰루에 있는 마우나라니 요양병원 202호 병실 모습. 과거 이 대통령의 침대가 있던 자리이기도 하다.

“오늘 대통령 선서하는 이 자리에 하나님과 동포 앞에서 나의 직책을 다하기로 한층 더 결심하며 맹세합니다.”

대한민국 초대 이승만(1875~1965) 대통령이 1948년 7월 24일 서울 중앙청 광장(현 광화문 부근)에서 한 대통령 취임사의 일부입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근현대사의 중심에 있는 인물입니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 분명 과오도 있지만 공산주의를 막아내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대한민국이 기독교 국가로 가는 토대를 마련한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끝내 조국의 땅을 밟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1960년 대통령직에서 하야한 후 미국 하와이에 5년 2개월간 머물렀습니다. 이 중 3년 4개월은 오아후섬 호놀룰루에 있는 ‘마우나라니 요양병원’에서 지냈습니다. 그가 숨을 거둔 곳이기도 합니다.

요양병원 입구 전경.

지난 10일(현지시간) 마우나라니 요양병원을 기독교 복음주의 대학생 단체 ‘트루스포럼’과 함께 방문했습니다. 언론에 좀처럼 공개되지 않는 이곳은 언덕 중턱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관계자는 건물 2층에 있는 복도 끝 방으로 안내했습니다. 병실에 들어가 이 대통령이 누웠던 침대 옆에 서자 푸른 하늘과 드넓은 바다가 어우러진 하와이 풍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현지에서 만난 차리나 파우메이라 디렉터는 우리가 몰랐던 이 대통령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할 당시 그의 수중엔 병을 치료할 돈이 없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일레인 존슨 병원장이 (이 대통령을) 무료로 입원시켜 줬고, 그의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에게 병원 부속건물 방을 제공해 간호를 이어가도록 도왔습니다.”

프란체스카 도너 리(1900~1992) 여사가 저술한 ‘이승만 대통령의 건강’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유일한 소원은 ‘한국으로 돌아갈 여비’를 마련하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부부는 검소한 생활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이들은 기도와 찬송을 쉬지 않았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아리랑’ ‘도라지 타령’ 등을 부르며 위로를 나눴습니다.

지난 15일 광복 79주년을 맞았지만, 서로 다른 정치적 역사적 주장으로 나라가 둘로 갈라져 안타까움을 자아냈습니다. 29살 청년 이승만이 1904년 한성감옥에서 옥중 집필한 ‘독립정신’의 말미에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기독교를 모든 일의 근원으로 삼아, 자기 자신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하는 자가 되어 나라를 한마음으로 받들어, 우리나라가 영국과 미국처럼 동등한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후 천국에 가서 다 같이 만납세다.”

이 대통령이 꿈꾼 광복 후의 대한민국 역시 둘로 갈라진 모습이 아니었을 겁니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성경 구절도 있습니다. 이 대통령의 유언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롭게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건하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갈 5:1)

호놀룰루(하와이)=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