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등불(lamp)을 켜서 말(bowl·basket) 아래에 두지 아니하고 등경(stand) 위에 두나니….”(마 5:15)
2000년 전 예수 그리스도가 산 위에서 전한 설교에 등장하는 똑같은 형태의 램프가 이스라엘에서 발견됐다. 이스라엘 문화재 관리국(IAA)은 최근 고대 예루살렘 주민들이 사용하던 식기와 음식 잔해물, 램프 등 유물이 새롭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이는 AD 70년 로마군에 의해 성전이 파괴되며 예루살렘이 멸망하기 이전 당시 도시 상황을 보여줄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대화를 나눴던 주민들의 흔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발굴 작업은 로마군에 의해 파괴된 성전 일부분인 서쪽 벽(통곡의 벽)과 다윗성 근처에서 진행 중인 발굴의 일환으로 다윗성재단(The City of David Foundation) 지원으로 고대 예루살렘 거리를 통과하는 주요 배수로에서 이뤄졌다. 해당 배수로는 예루살렘 파괴 전 수십 년간 성전산 기슭에 번창했던 시장을 비롯해 다윗성 주변의 여러 시설을 통과하며 지하 동맥 역할을 해왔다.
물에 쓸려온 진흙 속에서 보존된 유물은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상태였다. 향수나 값비싼 기름을 담을 때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작은 유리병은 거의 부서지지 않은 채로 발견됐으며 기름 램프에는 당시 그을음이 남아 있었다. 이 밖에 다양한 동전과 구슬, 도자기도 당시 상태 그대로 묻혀 있었다. 식재료도 여럿 확인됐다. 달걀 껍데기나 생선 뼈, 포도, 올리브 씨앗, 곡물 알갱이도 나왔다.
이번 발굴을 지휘한 아이엘릿 질버스타인 박사는 “예루살렘의 주요 도로 위에 있던 삶의 잔해가 도시가 파괴된 순간과 똑같이 보존돼 있었다”며 “발견물들은 예루살렘 전성기부터 쇠퇴기, 성전과 도시가 파괴된 이후 이야기까지 담고 있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강후구 서울장신대(성서고고학) 교수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유물 중 일부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던 당시 주민들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램프는 1세기 시대 형태이며 예루살렘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