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파란만장 정봉주

입력 2024-08-20 00:40

사람의 생활이나 일의 진행에 곡절과 시련이 많고 변화가 심할 때 ‘파란만장을 겪는다’고 말한다. 근래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정치인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에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정봉주 전 의원이 아닐까 싶다. 그는 경선 초반 5곳에서 1위를 해 그냥 최고위원도 아니고 수석최고위원이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친이재명계 당원들이 김민석·한준호 후보를 지지하면서 2위, 3위로 밀려나기 시작했고 이에 발끈한 그가 “이재명 팔이를 하지 말라”는 회견을 한 뒤부턴 ‘괘씸죄’까지 더해져 최종 6위에 그쳤다.

정 전 의원 인생에서 이런 급전직하는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4월 총선 때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현역 의원을 제치고 깜짝 공천돼 부활을 예고했지만 채 며칠 안 돼 ‘목발 경품’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후보직을 사퇴해야 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출마가 곧 당선으로 여겨지는 곳이었는데, 그야말로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진 격이었을 것이다.

그는 2018년 지방선거 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으나 ‘여기자 성추행’ 의혹으로 21일 만에 출마를 접기도 했다. 당시 사퇴하면서 “10년 통한의 겨울을 뚫고 찾아온 짧은 봄날이었다”고 못내 아쉬워했다. 이 10년 통한은 또 다른 인생 굴곡을 말한다.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7년 대선 때 그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한테 ‘BBK 의혹’을 제기하는 데 선봉에 섰다. 하지만 이 일로 징역 1년을 살다 출소했고 2022년까지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그러다 2017년 12월에 복권되면서 피선거권을 회복해 시장 선거에 뛰어든 것인데 결국 사퇴한 것이다.

정 전 의원 부인은 과거 한 월간지와 인터뷰에서 “요즘 남편이 ‘나꼼수’ 방송으로 인기가 높아서 좋겠다”는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아휴, 남편한테 언제 또 뭔 일이 터질지 몰라 늘 조마조마해요.” 진짜 이토록 우여곡절이 많은 그를 지켜보는 가족들 심정도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다. 늘 뉴스를 몰고 다니는 정 전 의원이 향후 또 어떤 모습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이어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