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마음으로 자기의 길을 계획할지라도 그의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여호와시니라."(잠 16:9)
나는 내가 은퇴한 인천제2교회 근처에서 태어나 그 교회에서 유아세례를 받았다. 그리고 그 교회에서 교인으로 27년을 있었다. 그 후 부목사로 일하던 시절을 포함해 목사로서 34년 6개월간 시무한 후 은퇴해 지금은 원로목사가 됐다.
자신이 성장한 교회에서 목회한다는 것은 자신의 성장 과정을 모르는 교회에서 목회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는 게 교계의 상식이다. 그래서 내 주변 사람들은 나의 원래 모습을 잘 아는 사람이 구름처럼 많은 모교회에서 목회를 하려는지 궁금해하곤 했다. 물론 나도 내 신앙을 양육해준 담임목사님이 인천제2교회로 와서 사역하라고 했을 때 왜 큰 고민 없이 응답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이유를 분명히 알게 됐다. 그것은 섭리의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한 결과였다.
‘주일학생 건영이’가 목사가 되니 눈치를 살피게 되는 상황이 많았다. 하지만 그 시절에도 내 목회관은 분명했다. 일보다는 관계가 우선이라는 것, 나와 다른 것은 다른 것일 뿐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 범사에 선을 지키는 것이 선한 것이라는 것. 나는 이들 세 가지 목회관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그런대로 권위도 인정받게 됐다.
신학교에서 저런 세 가지 목회관을 배운 적이 없었다. 돌이켜보면 이것도 섭리의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결과라고 확신한다. 동시에 목회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는 능동태가 아니라 하나님 존전에서 항상 수동태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절감하게 됐다.
그런데 대부분 한국교회에는 누군가를 통해 상처를 받았다는 분이 참 많은 것 같다. 놀라운 것은 상처를 받았다고만 할 뿐 자신이 누군가에게 상처를 줬다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교회들은 일부를 제외하면 그런대로 하나 됨, 즉 교회적 화합을 유지하며 복음을 전하고 있다. 더 박살이 나야 정상인데 이해하기 어렵다. 때론 이 같은 사실이 신기하고 놀랍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것도 분명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의 발걸음을 인도하고 계신 증거일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을 부인할 순 없다. 어느 교회 목사가 힘들게 목회를 하다가 그만 천국으로 갔을 때 장례식에서 그 목사의 자녀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아빠, 이제는 당회 없는 천국에서 편히 쉬세요.” 어떤 교회 성도들은 이런 푸념을 한다고 한다. “우리 교회는 목사님들만 없으면 부흥이 될 텐데.”
교회는 국회가 아니다. 교회는 조직체가 아니라 공동체다. 나부터 바뀌고 성숙하면 한국교회의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하나님께서 새로운 흔적을 만들어주시지 않을까 묵상해본다.
<약력> △교회갱신협의회 대표회장 역임 △인천기독교연합회 총회장 역임 △인천시조찬기도회 회장 △인천제2교회 원로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