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영한 (15) 예장통합 서울남노회 가입… 목사고시 통해 교목 자격 갖춰

입력 2024-08-21 03:04
김영한(오른쪽 두 번째) 기독교학술원장이 1980년 서울 상도교회에서 목사 안수 서약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숭실대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측 교육기관이기에 교목으로 일하기 위해선 통합 측 노회의 목사 안수가 필요했다. 총회 규정에 따르면 해외에서 신학을 공부한 사람은 장로회신학대에서 1년간 이수하고 목사고시를 통과해야 한다. 나는 이 규정대로 절차를 밟았다. 예장통합 서울남노회 가입에 도움 준 교회는 숭실대 인근 남현교회였다.

당시 장신대 학장인 이종성 박사에게 귀국 후 인사를 드렸다. 이종성 학장은 신학대학원과 목회연구과 3학년 학생에게 현대신학을 강의해줄 것을 제안했다. 훌륭한 인품을 지닌 학자인 이 학장과 박창환 교무처장은 해외에서 돌아온 젊은 학자를 기꺼이 환영해주고 통합 측 교단에서 일하도록 길을 열어줬다. 나는 1978년 신대원 3학년에 편입해 3학년 과목을 전부 수강하고 2년 뒤 통합 측 목사고시를 봤다. 대학 교목실장으로서 업무가 많은 데도 장신대에서 강의하고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숭실대 본부와 총장실에서도 편의를 봐줬다.

장신대 신대원 졸업반에서 현대신학을 강의했을 때 내 나이는 32세였다. 칼 바르트에서 위르겐 몰트만에 이르는 현대신학을 정통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강의하는 수업이었다. 독일에서 갓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젊은 학자의 수업에 좋은 반향이 있었다. 당시 강의 자료는 훗날 대한기독교서회에서 ‘바르트에서 몰트만까지’(1984)란 책으로 출간됐다. 2003년 개정증보판까지 나왔다. 강의는 바르트의 신학 혁명에서 시작한다. 19세기 인간 이성에 근거한 자유주의 신학이 발흥했으나 제1차 세계대전 등을 유발한 군국주의에 따라 유럽 문명의 낙관주의는 무너진다. 바르트는 이 상황을 신학적으로 해석하는 성경 주석을 ‘로마서 강해’란 저서로 출판했다. 여기서 바르트는 ‘인간은 땅에 있고 하나님은 하늘에 계신다. 하늘과 땅, 영원과 시간 사이에 무한한 질적 차이가 있다’고 선언했다.

장신대에서 1978년부터 1년 수학을 마치고 수료증을 받았다. 숭실대가 소속된 예장통합 서울남노회를 거쳐 예장 통합 측 목사고시위원회에 이를 제출했다. 목사고시 응시 허락을 받아 1980년 이에 응시했다. 당시 ‘외국 박사는 목사고시에서 낙방하더라’는 소문이 있어 우려가 됐다. 미국 프린스턴대 교회사 박사인 한태동 연세대 교수도 첫 응시에서 낙방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조심스레 준비했다. 구약과 신약성경의 주석 문제에 대한 글과 설교문을 쓸 때도 전통적 견해에 따라 평범하게 글을 썼다. 필기고사에도 무난하게 응시해 큰 문제 없이 목사고시에 합격했다.

그해 서울 상도교회에서 열린 봄 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당시 노회장 이순경 목사는 목사 임직에 있어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며 주님을 따라야 한다”고 설교했다.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날마다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눅 9:23) 이 말씀은 평생 내 목사직에 따라오는 하나님 말씀이다. 후배 목사에게도 권면할 때 “항상 자신의 소명을 각성하라”며 들려주는 말씀이다.

서울남노회 회원이 된 지 올해로 44년 차다. 그간 관악노회와 동남노회가 분립돼 나갔다. 서울남노회에는 인품이 훌륭한 회원이 적잖고 분위기도 좋아 은퇴목사로서 그대로 적을 유지하고 있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