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65·여)는 5년째 퇴행성 무릎관절염을 앓고 있다.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무릎이 시큰거리고 무릎을 많이 쓴 경우 밤에 통증을 느끼곤 했다. 연골 손상에 따른 관절염 진행 단계로 보면 중간 정도인 3기에 해당됐다. 의사는 약물 주사를 통해 통증을 조절해 줬지만, 연골이 다 닳은 관절염 말기(4기)에는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수술에 대한 걱정이 컸던 A씨는 자신의 지방을 활용해 무릎 관절염을 치료하는 신의료술이 최근 정부 인정을 받았다는 얘기를 듣고 관절전문병원을 찾았다. 치료 후 한 달 된 A씨는 “통증이 많이 줄었고 일상생활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A씨가 받은 치료는 지난 6월 말 보건복지부의 신의료술로 고시된 ‘자가 지방 유래 기질혈관분획(SVF) 관절강 내 주사’다. 환자의 배나 엉덩이에서 채취한 지방에서 SVF를 분리해 관절에 투여하는 치료법이다. SVF는 다분화 능력을 가진 중간엽 줄기세포를 비롯해 면역세포, 섬유모세포, 미세혈관내피세포 등 다양한 세포들과 여러 성장 인자들이 들어있는 집합체다. 관절염 평가 지표인 KL 분류법(X선영상으로 확인하는 관절염 진행 단계) 2~3기에 해당하는 무릎 관절염 환자들의 관절 기능 개선 및 통증 완화에 안전하고 효과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SVF 주사 치료는 복지부 지정 관절전문 연세사랑병원이 줄기세포, 재생 치료에 관한 10년 넘는 연구 끝에 신의료술 인정을 받아 더욱 주목받고 있다.
치료는 수면 마취하에 복부 등의 지방을 400㏄ 정도 채취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후 뽑은 지방에서 SVF 2㏄가량을 분리해 무릎 관절강에 주사한다. SVF 주사 치료의 장점은 다양한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를 풍부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지방에는 무릎 관절염 치료에 쓰이는 또 다른 재료인 자가 골수(엉덩이에서 채취)보다 중간엽 줄기세포가 많이 들어 있다. 지난해 7월 신의료술로 인정받은 ‘골수 흡인 농축물 관절강 내 주사’ 보다 중간엽 줄기세포의 분포가 4~10배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중간엽 줄기세포가 많을수록 성장 인자를 많이 분비해 관절 연골세포 증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장은 19일 “자신의 지방 조직을 사용하기 때문에 거부 반응 등 부작용이나 감염 위험도 낮다”면서 “신의료술 인정 이후 환자들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SVF 주사 치료의 유효성은 입증됐다. 미국 스포츠의학 학술지(AJSM)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39명의 무릎 관절염 환자 대상으로 자가 지방 유래 SVF 주사 치료를 12개월간 시행한 결과, 환자의 통증, 경직, 신체 기능을 평가하는 ‘워맥(WOMAC)’ 점수가 고용량 투여 그룹이 89.5%, 저용량 그룹은 68.2%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약 그룹은 0%에 그쳤다. 고 원장은 “SVF 주사 치료의 안전성과 효과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임상 경험이 풍부한 의료진과 세포의 오염을 막기 위해 공조 시스템 등 시설을 갖춘 의료기관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연세사랑병원은 관절 전문병원 최초로 ‘세포치료 연구소’를 설립해 10여년간 관절 재생 치료 연구를 지속해 왔다. 최근엔 이런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복지부의 첨단재생의료 실시기관으로 지정됐다. 첨단재생의료는 줄기세포나 유전자 등을 이용해 손상된 인체 세포나 조직, 장기를 정상 기능으로 회복하는 의료술이다. 희귀·난치병을 비롯해 기존 기술로 치료가 어려웠던 각종 질환을 극복하도록 돕는다.
첨단재생의료 실시 기관은 2020년 8월 시행된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라 줄기세포 등을 활용한 재생의료 임상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지난 2월 법 개정으로 임상 연구에서 유효성·안전성이 확인되면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