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당대표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당장 저희가 목전에 큰 선거를 두고 있지 않다는 점이야말로 진짜 민생 정치를 실천할 기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민생 우선’ 기조를 강조해 온 한 대표가 ‘한동훈표 정책’을 앞세워 본격적인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모양새다.
한 대표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비공개로 열린 당정협의회 모두발언에서 “국민께서 평범한 일상처럼 반복되는 야당의 탄핵과 특검 공세에 대해서 크게 피로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공세에 단호히 맞서야 하지만 국민께서 정부·여당을 평가하는 진짜 전장은 민생정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정부와 당이 하나가 돼서 그야말로 ‘올코트 프레싱’으로 민생정책에 몰두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며 “(한 대표가) 국민과 당원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집권 여당을 만들어주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앞으로 정부도 당과 함께 민생 최우선을 기조로 국민들의 삶이 더 나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당정협의회는 한 대표의 ‘정책 데뷔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됐다.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2시간30분가량 진행된 당정협의회에서는 순직 군경 유족에게 사후 진급 추서된 계급에 맞춰 연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군인사법 개정안과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상한 전기차 화재 대책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한 대표가 취임 이후 정책적 개선을 약속했던 사안들이기도 하다. 한동훈표 정책들이 여권 고위급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오르면서 한 대표가 정책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군인사법 개정안의 경우 한 대표가 최근 직접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고(故) 한상국 상사의 부인 김한나씨와 만나 국가 유공자를 적극적으로 예우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등 힘을 실어왔던 이슈다.
당정협의회에서는 이밖에도 환자 급증세를 보이는 코로나19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재유행 중인 엠폭스(MPOX·옛 명칭 원숭이두창) 확산 방지 대책, 추석 민생 대책, 온라인플랫폼법 등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정책 행보와 동시에 당내 입지를 다지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4선 이상 중진들과 오찬을 하는 등 ‘식사 정치’를 해온 한 대표는 19일 국민의힘 상임고문단, 시도당 위원장들과 각각 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29~30일에는 당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연찬회도 예정돼 있다.
이종선 정우진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