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당대표 경선 역대 최고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한 이재명 대표는 ‘민생 정당’을 이재명 2기 체제의 방향성으로 제시했다. 동시에 “정권의 부당한 폭주를 제어하고 견제하는 것이 야당의 본질적 역할”이라며 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여권에 대한 공세와 압박을 이어 가되, 민생 경제 분야에서는 수권 능력을 보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당 장악력을 더욱 높인 상태에서 새 임기를 시작하는 이 대표가 본격적으로 차기 대권 도전 준비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많다.
이 대표는 18일 전당대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재명호’의 운영 방향을 직접 밝혔다. 이 대표는 ‘대여 투쟁이 강화되면 중도 확장에 있어서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질문에 “정권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게 주권자인 국민의 뜻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계속 간다면, 우리로서는 강력하게 정권의 퇴행과 폭주를 저지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중도층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계층”이라며 “야당이 야당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에 있어서 다른 의견을 가질 것 같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정부·여당에 먼저 대화를 제안했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하면서 “용산 대통령실에서 의제를 제한하자고 한다면 제한된 의제만이라도 만나서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했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민생의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에 정부·여당에 끊임없이 민생 관련 의제를 제안하고 있지만, ‘거부권 정국’ 탓에 제대로 실현이 되지 못했다”며 “한 발짝이라도 더 앞으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여망을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꺼낸 제3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서도 “정치라고 하는 것이 내 뜻대로 다하면 가장 좋겠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본질”이라며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다. 다만 “기존 관행대로 정권의 부정·비리에 관한 사안이라면 당연히 (특검을) 야당이 추천하는 게 맞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입장도 달았다.
세제 개편 문제와 관련해서는 유연한 태도를 강조했다. 이 대표는 상속세율 인하에 대해서는 “초부자 감세”라며 반대 뜻을 밝혔다. 대신 “상속세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현행 5억원 수준인 일괄공제·배우자공제액을 상향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종합부동산세 완화에 대한 당내 반발 기류에 대해서는 “정책 현안에 대한 당내 이견은 건강한 정당이라는 증거”라며 “뭐든지 한 번 만든다고 영구불변의 진리는 아니다. 상황에 따라 (이견을)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권을 위해서는 중산층 세금 부담 완화 등 실용주의 정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단계적 개헌’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의견이 모여도 시기마다 정치적 득실이 달라 합의가 어렵다”며 “선거가 있을 때마다 하나씩 합의되는 것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