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 캐리 트레이드의 급격한 청산으로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캐리 트레이드의 다음 조달 통화로 중국 위안화가 부상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다만 일본 엔화보다 거래량과 유동성이 풍부하지 않아 시장에 끼칠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3일 “최근 몇 년간 중국과 미국 간의 금리 차가 커지면서 위안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히 이뤄져 왔다”며 “8월 들어 위안화가 달러 대비 2% 급등했지만 위안 캐리 트레이드의 움직임은 여전히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위안 캐리 트레이드는 엔 캐리와 원리는 같지만 대부분 중국 수출업체가 달러로 현금을 보유하는 형식의 투자가 많다고 한다. 중국 수출업체들이 위안화 정기예금의 수익률이 미미한 데 비해 달러로 수익을 보유하면 더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 규모가 커졌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그룹에 따르면 중국 수출업체와 다국적 기업들은 2022년 이후 5000억 달러 이상의 외화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늘어난 수출 업체의 달러 비축량은 2022년 4월 이후 위안화 가치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이 밖에 외국인이 위안화를 빌려 본토 시장에 투자하거나 저렴한 위안화를 이용해 달러나 기타 통화로 표시된 채권을 매수하는 경우도 있다. 로이터통신이 인용한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외국인의 위안화 채권 보유액은 2022년 말 이후 9220억 위안 증가해 지난 6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의 쿤 고 아시아 리서치 헤드는 지난 8일 미 CNBC방송에 “위안화는 엔화 다음의 잠재적인 캐리 트레이드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시장이 이러한 가능성을 고려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엔 캐리와 달리 위안 캐리의 규모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엔화보다 거래량이 적고 거래 규모도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미즈호은행의 상무이사인 비슈누 바라탄은 “위안화는 엔화만큼 유동적이거나 글로벌하지 않다”며 “또 지정학적 리스크도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엔 캐리 청산 이후 위안 캐리 트레이드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향후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등 미·중 간 금리 차이가 축소된다면 위안화 캐리 트레이드도 해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맥쿼리의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래리 후는 “중국 내수가 회복되면 위안 캐리 트레이드는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