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년층이 더 내는 연금 개혁… 세대별 인상 속도·인상률 차등

입력 2024-08-19 02:35
연합뉴스

정부가 ‘청년세대 형평성’과 ‘재정 안정성’을 고려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세대 간 인상률을 차등하는 방안, 자동 안정화 장치 등이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21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에 실패하며 무산됐던 연금개혁이 정부안 발표를 계기로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18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이르면 다음 달 초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복지부는 국회를 중심으로 한 논의를 지켜보겠다며 정부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국회 합의가 무산됐던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등의 숫자를 정하는 방식)뿐 아니라 재정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개혁안까지 일부 담는다는 계획이다.

핵심 쟁점으로는 세대 간 형평성을 고려해 인상 속도나 인상률에 차등을 두는 방안이 꼽힌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사회를 더욱 공정하고 건강하게 만들 연금개혁 등에 더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연금개혁으로 보험료율(내는 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금 고갈을 우려하는 청년층 반발을 잠재우고 연금 제도의 신뢰를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세대 간 인상 속도를 다르게 하는 방안은 복지부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도 포함돼 있다. 수급 연령이 가까운 세대일수록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높이고, 청년세대 보험료율은 비교적 천천히 올린다는 취지다. 이 방안은 인상하는 보험료율은 같고, 인상 속도만 달리해 청년세대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여기에 더해 정부안으로는 아예 세대 간 인상률을 달리하는 방안까지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 의견은 엇갈린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연금은 ‘세대 간 부양’이라는 숙제를 제도로 풀어내는 것”이라며 “‘세대 간 차등’은 청년들에게 연금에 대해 안심할 수 있도록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정용건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세대 간 보험료를 다르게 걷은 전례가 없다”며 “2030세대라 하더라도 정규직에 자산이 많은 납부자도 있는데 젊은 세대라는 이유로 차등을 둔다면 오히려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쟁점은 자동 안정화 장치 도입 여부다. 이 제도는 국민연금 기금 상황에 따라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받는 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연금 제도를 운용하는 데 가장 핵심 요소는 출생률과 평균 수명, 경제성장률인데, 이 요인을 자동 연동시키자는 것”이라며 “연금개혁은 선거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회에 판단을 맡기는 게 아니라 제도 자체가 자동으로 굴러가도록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저출생·고령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질 것이고, 저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결국 받는 돈을 깎겠다는 의미로밖에 해석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직접 개혁안을 내놓는 만큼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긍정적 기대도 나오지만 국회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윤 위원은 “늦은 감은 있지만 연금개혁의 방향을 두고 정부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안을 내놓은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