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밤까지 펄펄 끓는 폭염보다 말씀과 기도로 더 뜨거운 곳이 있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는 설립자 철학에 따라 매 학기 개강 전 영성수련회를 통해 예비 목회자들의 영성을 일깨우는 백석대학교 신학대학원이다. 영적 생명을 살리는 목회자가 먼저 영성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장종현 총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해 2월 미국 애즈버리대 부흥처럼 청년들을 응원하고 전도하는 갓플렉스(God Flex)가 전국적으로 청년들에게 기도의 불씨를 지피면서 천안에도 상륙했다. 국민일보는 올해 부산 수영로교회와 충북 청주 상당교회에 이어 다음 달 4일 충남 천안 백석대에서 갓플렉스를 개최한다. ‘갓플렉스 in 천안’을 함께 준비한 장 총장을 지난 13일 천안 백석대에서 만나 청년들을 향한 메시지를 들어봤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신앙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저는 충남 아산에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중학교 3학년 때 천안에서 유학 생활을 하던 중 하숙집 아주머니의 권유로 처음 교회에 가게 됐다. 당시는 크리스마스 무렵이었다. 하숙집 아주머니가 교회 부흥회에 함께 가자고 했는데 처음에는 가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따라가게 됐다. 그곳에서 예수님을 만났다. 이 경험이 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예수님을 만난 후 신앙을 통해 삶의 방향이 바뀌었고 교회에 더욱 깊이 빠져들었다. 고등부 학생회장을 맡으며 교회에서 새벽마다 종을 치는 역할을 했다. 당시 충청도에는 부흥의 바람이 불어 교회마다 밤샘기도와 부흥집회로 뜨거웠다. 저도 부흥회에 참석하면서 하나님을 깊이 알게 됐고 영어를 잘해서 선교사가 돼야겠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어린 시절 신앙의 중심을 잡아준 영적 아버지 김영철 봉명동교회 목사님으로부터 ‘하나님의 일이라면 계산하지 말고 조건 없이 순종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다. 지금까지 그 말씀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비록 선교사라는 꿈을 이루지는 못했지만 신학교를 세워 영적 지도자를 길러내고 기독교대학을 설립해 많은 영혼에 생명의 복음을 전하는 ‘영혼의 과수원지기’가 될 수 있도록 인도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백석대를 설립하게 된 계기와 그 과정에 대해 얘기해 달라.
“1976년 오산리 금식기도원에서 기도하던 중 하나님께서 신학교를 세우라는 사명을 주셨다. 당시 아무런 재정적 지원도 없었고 큰 교회나 교단 배경도 없었다. 단지 농촌 목회자를 양성하겠다는 열망 하나로 통신 신학교를 시작했다. 서울 방배동에서 작은 건물을 얻어 몇 달 동안 학생들을 모집했다. 매우 두렵고 떨렸지만 하나님께서 모든 길을 인도해 주셨다. 그저 하나님 뜻에 순종하며 나아갔다.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그릇에 맞는 사명을 주신다. 나는 능력도 없고 물질도 없는데 나에게 주신 사명을 어떻게 감당할지 고민하는 청년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전능하신 하나님만 믿고 의지하면 분명히 쓰임 받을 수 있다. 간절한 기도에 대한 응답으로 3평 규모에서 시작한 대한복음신학교가 지금의 백석대가 됐다. 학교 운영은 그리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러나 하나님 뜻에 순종하면 하나님께서 책임지신다는 것을 삶으로 배웠다.”
-백석대를 통해 많은 목회자가 배출됐다. 신학 교육을 하면서 ‘신학은 학문이 아니다’라고 항상 강조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신학은 단순한 학문이 아니다. 신학은 성경을 바로 깨닫게 하고 복음과 그리스도를 알게 하는 도구다. 그러나 오늘날 많은 신학자가 신학을 학문으로만 접근하면서 하나님 대신 학문에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저는 이것이 신앙의 본질을 훼손한다고 생각한다. 신학은 학문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바로 깨닫게 해주고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도구다. 학자들이 신학을 학문으로만 다룰 때 그것은 하나님을 중심에 두기보다 인간의 이성이나 논리에 의지하게 돼 사변화할 위험이 크다. 신학의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요즘 청년세대는 취직도 어렵고 결혼도 출산도 기피하는 세대다. 좌절하고 절망하는 젊은이들에게 삶의 조언을 해 달라.
“세상이 주는 기쁨은 오래가지 않는다. 사람은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하고 돈을 벌어도 만족이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SNS에 빠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아주 짧은 영상에 열광한다고 한다. 집중력은 줄어들고 순간적인 자극에서만 쾌락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저는 이런 쾌락이 진정한 만족과 기쁨을 절대로 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기쁨과 삶의 행복은 오직 하나님에게서 온다.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면 진정한 희열과 만족을 경험하게 된다. 예수님을 영접하면 영육 간의 갈등이 해소되고 하나님 안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세상의 쾌락이나 명예, 물질에서 만족을 찾으려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다. 오직 하나님을 마음에 모신 사람만이 참된 평안과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청년들이 하나님을 신뢰하고 삶을 맡기면 새로운 길이 열릴 것이다.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확신 속에서 청년들이 힘을 얻고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청년의 때에는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가.
“그리스도인은 성경적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공정과 원칙은 중요하다. 하지만 청년들이 ‘나’를 기준으로 공정과 불공정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성경적 세계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공동체를 위해 살아가는 삶을 선택해야 한다. 하나님을 기준으로 삼아야 진정한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 ‘나’보다는 ‘우리’를 위해 살며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청년들이 자신의 신앙을 기반으로 공동체 안에서 역할을 하고 서로를 이해하며 함께 성장하는 삶을 추구할 때 진정한 공정과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 나만을 위해 사는 삶은 결국 고립을 낳고 참된 행복을 줄 수 없다. 교회는 이러한 청년들의 신앙적 고민을 이해하고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어야 한다.”
-청년층 복음화율이 미전도종족 수준으로 낮다. 한국교회에 미래가 있는가.
“한국교회는 하나님께서 새로운 부흥을 계획하고 계신다고 믿는다. 청년들에게도 강한 영적 갈망이 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부흥을 경험할 것이다. 하나님께서 새로운 운동과 부대(負袋)를 준비하고 계신다고 확신한다. 한국교회가 이러한 부흥의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믿는다. 우리는 한국교회의 역사를 돌아보며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이루신 많은 일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은 도전과 어려움이 많지만 교회가 하나님의 뜻을 잃지 않고 복음 전파에 집중한다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다시 한 번 부흥을 허락하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를 위해 모든 교회가 연합하고 성령의 도우심을 간절히 구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을 감당해 나가야 한다.”
-이번 갓플렉스 주제는 ‘은혜의 빛 속에’다.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예수님을 믿고 천국에 가라는 것이다. 예수님을 믿는 것이 영육 간에 복을 받는 비결이다. 저도 농부의 아들로 시작했지만 예수님을 믿고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영어를 잘했다면 선교사로 활동했을 것이고 찬양을 잘했다면 목회자로서 찬양 사역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선교사나 목회자가 아닌 신학교를 세우는 사명을 주셨고 이를 통해 많은 목회자를 양성하게 하셨다. 이번 ‘갓플렉스’ 집회를 통해 많은 청년이 하나님을 만나고 인생의 새로운 목적을 발견하길 바란다.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 또한 청년들이 하나님 안에서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를 활용해 삶에서 복을 누리기를 기대한다. 예수님을 마음에 모시면 진정한 희열과 만족을 경험하게 된다.”
천안=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