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의 8·18 전국당원대회는 이재명 신임 당대표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18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인근에서 열린 전당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7000여명의 당원이 참석했다. 대회가 열린 1체조경기장에만 약 1만5000명이 들어찼고, 인근 핸드볼경기장을 포함해 대회장 바깥에도 1만2000여명이 몰려들었다.
이 대표가 정견발표를 위해 연단에 오르자 당원들은 일제히 ‘이재명’을 연호했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모두 ‘이재명 대통령’ 또는 ‘이재명정부 출범’을 외쳤다. ‘이재명 중심의 원팀’이라 쓰인 현수막이 내걸린 객석에선 9분간 계속된 정견발표 내내 환호와 박수가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윤석열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날 전당대회 첫 안건으로는 ‘윤석열 정권 국정농단 진상규명 결의안’을 채택했다. ‘민주당 당원 일동’ 명의 결의안엔 ‘민주당은 해병대 수사 외압 및 김건희 여사 국정농단 의혹 등 모든 진상 규명을 반드시 완수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최고위원 후보들도 윤석열 정권 탄핵 등 정권 심판론에 집중했다. “정권을 박살내자”거나 “조각조각 분쇄해야 한다”는 등 거친 발언이 이어졌다. 그때마다 대의원들 사이에선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당내 이견으로 여겨질 수 있는 발언에는 즉각 비난이 터져나왔다. 김두관 당대표 후보는 “(선거인단의) 16%만 얻으면 당권을 쥘 수 있는 것이 현재 우리 당의 당헌”이라고 말했다가 야유를 받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상 축사를 통해 “확장을 가로막는 편협하고 배타적인 행태를 단호하게 배격하자”고 했을 때도 객석에서 “(축사가) 길다” “조용히 하라”는 등 고성이 나왔다.
이런 양상은 앞서 이른바 ‘명팔이’ 발언을 했던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단상에 오르자 최고조에 달했다. 일부 당원들은 “사퇴하라” “꺼지라”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이날 행사 전부터 손피켓을 들고 정 후보의 사퇴를 촉구한 이들도 있었다.
민주당은 ‘당원 중심 정당’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이춘석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우리 당은 250만 당원이 민주당의 주인임을 천명하고 당원주권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며 “오늘 당원대회가 그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축제 장소처럼 꾸며진 행사장 주변 광장엔 티셔츠와 머그컵 등을 판매하는 팝업스토어(가설 매장)가 차려졌다. 푸드트럭이나 당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의 등신대가 설치된 포토존도 운영됐다. 암전된 행사장을 메운 휴대전화 플래시는 콘서트장을 연상케 했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