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가 교회 중심이 되고, 제자훈련이 디지털화되며 인공지능(AI)의 활용이 교회 전반에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또 규모보다는 건강성에 초점을 둔 새로운 형태의 ‘메가처치’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18일 전직 변호사이자 팟캐스터, 교회개척가로 활동한 캐리 뉴호프(캐나다 코넥서스 교회) 원로목사의 보고서 ‘2024년 교회를 뒤흔들 7가지 트렌드’에서다. 기존 교회의 위기와 세대교체 및 급변하는 기술 발전에 따른 교회 지형 변화를 다루고 있는데, 2016년부터 매년 교회 동향 분석을 발표한 그가 주목한 올해 교회 트렌드는 기존교회의 쇠퇴와 세대교체, 디지털 및 AI 표준화로 요약된다.
성장하거나 쇠퇴하거나
뉴호프 목사는 지난해 8월 발표된 보고서인 ‘교회 회중에게 미친 팬데믹 효과’를 인용, “미국 58개 교단을 기준으로 한 이 조사는 절반이 넘는 54%가 ‘교인 출석 감소’를 경험했다”면서 “안정적 교회는 12%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상당수 교회가 교인 감소에 따른 쇠퇴를 경험하거나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는 11월 예정된 미 대선과 교회의 관계를 다룬 내용도 눈길을 끈다. 당파적 보수 진영에 선 교회가 단기적으로 성장하지만 쇠퇴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뉴호프 목사는 “오는 11월까지 단기적으로 보수적 극단주의가 정점에 이를 것”이라며 “이들 (교회 공동체)은 정치적 보수 입장을 이용해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도 “이러한 현상은 장기적인 선교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젊은 세대를 유입시키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밀레니얼·Z세대의 부상
MZ세대(1981~2009년 출생)가 교회 공동체의 중심이 되며 이들이 교회를 재편할 주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미국 기독교 조사단체인 바나그룹이 2022년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 베이비붐 세대(1946~1964년 출생)의 교회 출석율은 31%였으나 팬데믹 이후 22%로 줄었다. 뉴호프 목사는 이를 두고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교회 주축으로 세워져야 할 때라고 짚었다. 밀레니얼 세대가 주축이 된다면 Z세대는 교회의 핵심으로 부상한다. 올해 기준으로 가장 나이가 많은 Z세대는 28세다.
뉴호프 목사에 따르면 Z세대는 예배에 갈급한 세대다. 이전 세대보다 더 개인주의적이지만 신앙에 있어 형식을 기피하고 진실한 태도를 중시한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 목회자의 등장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뉴호프 목사는 “선배 목회자들과는 다른 형태의 메가처치(대형교회)가 등장할 것”이라며 “밀레니얼 세대가 중심이 돼 성장하는 교회는 하향식보다는 합리성을, 인기와 명예보다는 주변의 긍정적 반응(지역사회의 호응)을, 전통의 계승보다는 새로운 미래 건설 등에 주력하는 형태”라고 소개했다.
디지털화·AI의 표준화
교회 내 제자교육과 목회 방식에 AI가 표준화될 것이란 전망도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뉴호프 목사는 “교회 내 제자교육의 필요성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해소될 것”이라며 “디지털을 통해 양방향적 상호작용이 활발해지고 플랫폼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교회가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교회 역시 미국과 비슷하거나 더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진단한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 목회사회학 교수는 “신앙에 갈급한 다음세대가 전통 교회를 빠져나가고 AI·디지털화되는 상황은 오히려 한국교회에서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선일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가 교회 발언자로 역할하고자 하는 특징은 한국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교회 문화가 하향식 결정구조를 탈피하고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