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연명 치료 죄책감… 요양원서 존엄한 임종 맞아야

입력 2024-08-20 03:53

2년 전 존엄한 죽음과 올바른 장례문화에 대한 좌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적 있다. 당시 패널로 참석했던 고치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원장은 그날 내 발언에 크게 공감했다며 따로 연락을 취해오셨다. 원장님과 나는 너무 상업화된 오늘날의 장례 문화와 요양시설을 거쳐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임종 문화에 대해 문제점을 공유했다. 그렇게 교류를 이어가면서 원장님은 임기를 마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요양원 원장으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사회복지사 출신인 원장님은 병원에서 연명 치료를 받지 않고 평소 지내던 곳에서 죽음을 맞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늘 고민했다. 그래서 요양원에 삶의 마지막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는 임종실 설치를 희망했다. 이를 위해 내게 임종기 판단과 돌봄, 사망 진단서 발급 등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다행히 직원들이 잘 따라줘 원장님 뜻대로 요양원 내 임종실이 설치됐고, 지난달 세 분의 어르신이 그곳에서 가족들과 마지막 시간을 보냈다.

일단 가족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았고 눈물을 글썽이며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원장님은 그 감동을 전했다. 직원들 만족도도 컸다. 이전까지는 임종기 징후를 재빨리 포착해서 폭탄 돌리기 하듯 종합병원 응급실로 보내는 게 중요한 업무였는데, 오래 돌보며 깊은 정이 든 어르신들에 대한 죄책감이 남았다. 하지만 이제는 요양원 내 임종실로 옮기고 보호자들을 불러, 마지막 시간을 어르신이 외롭지 않도록 돌볼 수 있게 돼서 직원들의 자부심이 매우 커졌다고 했다.

사망 진단서 문제와 관련해서 두 분의 어르신은 임종 후 미리 정해둔 장례식장에서 사체 검안서를 발부받을 수 있었다. 한 분은 요양원을 담당하는 촉탁의가 사망 진단서를 발부해 줬다고 했다. 모든 요양원은 의무적으로 촉탁의를 둬야 하기에 촉탁의를 통한 사망 진단서 발부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런 시도는 국립 요양원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사립 요양원으로 확산을 위해서는 임종실 유지와 관리 비용, 임종기 판단과 돌봄에 대한 직원들 교육 등 남겨진 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간병 등에 대한 부담으로 가정 임종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병원이 아닌 요양원에서 존엄한 임종을 맞을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