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 트랜스젠더, 시험관·대리모로 태어난 자녀 위한다며… 매사추세츠주, 부모법에서 ‘어머니’ ‘아버지’ 삭제

입력 2024-08-19 03:04
갓 태어난 아기의 발 도장을 찍는 모습.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미국의 한 주가 ‘어머니’ ‘아버지’ 용어 대신 ‘아이를 낳은 사람’ 같은 성별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하도록 법을 바꾼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 커플이나 미혼·트랜스젠더 부모에게서 태어난 자녀, 시험관 수정이나 대리모 등과 같은 시술을 통해 태어난 자녀를 수용하기 위한 취지인데 정통 가족의 개념을 와해시킨다는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최근 미 북동부 매사추세츠주 의회는 ‘부모 관련 법률’에서 성별 특정 언어를 삭제하는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민주당 출신인 주지사 모라 힐리가 하원 법안 4907호에 서명해 제정된 법안은 내년 1월부터 발효된다.

개정법은 그동안 가정에서 통상적으로 사용된 여러 단어가 도마 위에 올랐다. 남자와 여자 문구는 ‘사람’, ‘어머니’는 ‘아이를 낳은 사람’, ‘아버지’는 ‘다른 부모’로 대체된다. 또 ‘혼외에서 태어난 아이의 친자 관계’ 문구는 ‘유전적 부모 관계로 추정되는 혼외 자녀의 친자 관계’로 대체된다.

이런 내용을 반영해 개정법은 “자녀가 부모의 결혼 상태, 성별, 성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이나 자녀의 출생 상황(보조 생식 또는 대리모의 결과로 태어났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부모 자격에 대한 동일한 권리와 보호를 법률에 따라 받아야 한다”고 명시했다. 주법에서 언급된 ‘부성’에 대한 모든 언급은 ‘부모 자격’으로 대체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법률 전반에서 자주 사용된 ‘의도된 부모’라는 단어도 눈길을 끈다. 이는 ‘기혼 여부에 관계없이 보조 생식으로 인해 자녀의 부모로서 법적으로 구속되는 의도를 나타내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개정법은 매사추세츠주 LGBT 옹호자들로부터 지지받지만 기독교를 중심으로 한 보수진영에서는 반대를 표명하고 있다. 미국 여자 수영 국가대표를 지낸 라일리 게인스는 법개정과 관련, “가족을 파괴하고 우리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