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호도 높은 세대통합예배… 성도 만족도는 낮아

입력 2024-08-19 03:02
세대통합예배가 활성화되는 가운데 엇갈린 시선도 존재한다. 함영주 총신대 교수는 최근 논문에서 세대통합예배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을 제안했다. 사진은 중앙예닮학교 학부모학생예배에서 부모가 자녀를 위해 기도하고 있는 모습. 국민일보DB

목회데이터연구소(목데연)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세대통합목회를 위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대통합예배에 대한 선호도는 상당히 높았다. 모든 세대가 한 공간에서 예배를 드리는 이 방식의 필요성에 공감한 비율은 87%에 달했다.

실제로 한국교회에서 세대통합예배를 드리는 곳은 수두룩하다. 목데연 조사에서도 ‘온 세대 예배’로 규정된 세대통합예배가 출석 교회에 존재한다고 답한 비율은 절반을 웃도는 55%나 됐다.

그렇다면 세대통합예배는 현재 얼마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을까. 성도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이며 세대통합예배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든 세대를 만족시키는 예배는 존재할 수 있을까.

세대통합예배를 향한 엇갈린 시선

함영주 총신대(기독교교육) 교수가 최근 ‘ACTS 신학저널’에 발표한 ‘세대통합예배에 대한 교육 주체들의 인식과 기독교교육적 함의’에는 한국교회 세대통합예배의 현주소가 담겨 있다. 함 교수는 지난해 4월 24일부터 5월 31일 교회학교 교사, 청소년과 청년, 목사와 전도사 등 458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그 결과를 분석했다.

조사는 크게 8개 분야로 구성됐는데 특히 점수가 낮았던 것은 ‘발달적합성’과 ‘개인신앙성장’ 항목이었다. 발달적합성은 세대통합예배의 설교나 예배가 다양한 세대의 신앙 수준을 고려했는지 묻는 내용이었고, 개인신앙성장은 이 예배를 통해 하나님과 더 깊은 관계를 맺게 됐는지 살핀 문항이었다.


5점 척도로 진행된 조사에서 발달적합성과 개인신앙성장에 매겨진 점수는 각각 3.01점, 3.11점에 그쳤다. 세대통합예배가 이해 수준이 각기 다른 모든 세대의 성도를 만족시키는 데 실패하고 있다고 해석하게 되는 대목이다.

교회학교 교사와 나머지 응답자의 평가가 얼마간 엇갈렸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교사들의 평가가 낮았다. 가령 ‘만족도’ 문항에서 청소년 응답자가 매긴 점수는 3.60점이었으나 청소년부 교사의 점수는 2.95점에 그쳤다. 다른 사람에게 세대통합예배를 추천할지 묻는 ‘전파의도’ 항목에서도 목사나 전도사 같은 사역자들의 점수는 3.57점이었으나 유초등부 교사, 청소년부 교사의 점수는 각각 3.09점, 3.00점에 불과했다.

교회마다 ‘영적 후견인 제도’ 생긴다면

함 교수는 1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5점 척도로 이뤄진 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전반적으로 모든 항목에서 점수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세대통합예배에 대한 한국교회 성도들의 평가가 아주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대통합예배가 갖는 강점이 분명한 만큼 이 시스템을 포기할 순 없는 노릇이다. 알려졌다시피 교회의 역사에서 예배는 원래부터 모든 세대가 함께하는 것이었다. 18세기 주일학교 운동이 일어나 예배가 이원화되기 전까지 성인과 아동 청소년은 한 공간에서 하나님을 경배했다. 이런 예배는 다음세대에 건강한 신앙을 전수하면서 신앙 공동체를 단단히 묶는 역할을 한다. 세대통합예배가 확대되면 교회학교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을 얼마쯤 줄일 수 있다는 강점도 있다.

그렇다면 세대통합예배가 확대되려면 어떤 방법이 필요할까. 논문에서 눈길을 끄는 내용은 영적 후견인 제도다. 영적 후견인 제도는 부모가 교회에 다니진 않지만 혼자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 그리고 자녀를 독립시키고 부부끼리 교회에 출석하는 어른들이 일종의 멘토링 관계를 맺는 시스템이다. 함 교수는 “영적 후견인 제도가 생긴다면 세대가 다른 성도들 사이에 친밀한 영적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논문엔 세대통합예배 안착을 위한 다양한 해법이 담겨 있다. 다양한 세대의 성도들이 예배의 특정 순서에 참여하게 할 것, 예배가 갖는 예전적(禮典的) 특성을 고려해 과도한 매체 사용은 제한해야 하지만 설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적절한 교수(敎授) 매체는 활용할 것, 예배가 끝난 뒤 3대가 함께하는 ‘식탁 교제’를 통해 공동체성을 키울 것 등이다.

함 교수는 “교회학교 시스템이 신앙 지식 전수에는 효과적일 순 있지만 전인적 신앙 교육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모와 아이들이 같은 내용의 설교를 들으면서 공동체적 신앙을 키우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된다”며 “모든 세대가 세대통합예배를 통해 신앙 성장을 경험할 수 있도록 예배를 기획하고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