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당 일체화’ 득표율로 재확인

입력 2024-08-19 00:2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정기전국당원대회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최현규 기자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의 ‘일체화’ 현상은 8·18 전국당원대회에서 85.40%의 득표율로 재확인됐다. 일사불란한 민주당에 드리운 ‘일극체제’ 우려도 짙어지고 있다. ‘당원권 강화’ 기조 속에서 당심과 민심의 간극을 좁히고 중도로 외연을 확대하는 일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연임 도전을 앞두고 당권·대권 분리를 명시한 당헌·당규 개정에 나서면서 안팎의 비판을 받았었다. 당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규정을 이 대표 한 사람을 위해 뜯어고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었다.

그럼에도 당 지도부는 지난 6월 당대표가 대선에 출마할 경우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으면 당무위원회 의결로 당직 사퇴 시한을 조정할 수 있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했다. 대통령 궐위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한 규정 보완 차원이라는 당 지도부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대권 도전 걸림돌을 치우기 위한 맞춤형 개정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민주당은 이보다 앞선 지난해 12월 권리당원과 대의원의 전당대회 표 반영 비율을 기존 ‘60대 1’에서 ‘20대 1 미만’으로 수정했다. ‘당원권 강화’가 표면적 이유였지만 이 역시 권리당원들의 지지가 높은 이 대표에게 유리한 조치였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당원들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경선 과정에서는 김두관 후보가 이런 문제를 정면으로 겨누기도 했다. 김 후보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찍히면 죽는다’는 검은 그림자가 일상처럼 민주당을 지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1인 일극(一極)’의 ‘이재명 민주당’은 정권 탈환을 위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애물”이라며 개딸과의 결별, 친명(친이재명)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 해산 등을 공개 요구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득표력 제고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고, 김 후보는 되레 친명 진영의 거센 공세를 감수해야 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18일 “결국 전당대회를 통해 당심이 적나라하게 확인됐다”며 “일극체제 비판은 외부에서 당을 흔들기 위한 프레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상황을 관망하는 모습이다. 한 비명계 인사는 “누가 뭐라 해도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이라면서도 “산이 높으면 골도 깊은 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 체제가 견고해 보이지만 계기만 만들어지면 언제든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광복절 특사로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귀국 후 비명계의 구심점이자 이 대표의 대항마로 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김판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