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안 팔리네…’ 화장품까지 파는 패션업계

입력 2024-08-19 03:12

패션업계가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F&F,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주요 패션 기업은 올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감소, 실적이 부진한 상황이다. 의류업체는 뷰티로 사업 영역을 확장해 수익 개선을 꾀하고 있다. 경기 침체기에 의류 소비는 줄어들지만 화장품 구매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18일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신세계인터내셔날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하락했지만 코스메틱 부분 매출은 같은 기간 9% 성장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현재 향수·화장품 등 30여개의 뷰티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2012년 비디비치를 인수하며 뷰티 사업에 발을 들인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19년에 비디비치의 매출을 2000억원 이상으로 키우기도 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달 초 중저가 인디 브랜드 ‘어뮤즈’를 인수하고 어뮤즈의 매출을 2000억원 이상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어뮤즈는 일본과 미국 시장에서 제품 개발과 현지 기업과의 협업을 준비 중이며 향후 동남아시아, 중동, 유럽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코스메틱 사업에서 다양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어뮤즈 인수는 글로벌사업 확대를 위한 중요한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무신사는 2021년 11월 첫선을 보인 ‘무신사 뷰티(사진)’ 전문관을 중심으로 화장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기존에 쌓인 충성 고객들을 바탕으로 본업인 패션에서 뷰티로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무신사 뷰티 론칭 당시 800여개였던 입점 브랜드 수는 현재 1700여개까지 증가했다. 무신사는 최근 뷰티 전문관 ‘무신사 뷰티’에 그룹 에스파의 카리나를 앰버서더로 선정하고 다음 달 6~9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일대에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를 연다.

한섬 역시 화장품 부문 강화로 실적 개선 돌파구를 찾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섬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은 341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2% 감소했다. 이에 한섬은 화장품 제조업을 하는 종속회사 한섬라이프앤의 지분을 100% 확보한다고 밝혔다. 한섬라이프앤은 고기능성 화장품을 제조에 특화된 회사로, 기존에 선보인 프리미엄 브랜드 ‘오에라’ 외에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LF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 ‘아떼’는 성장세다. 아떼의 자외선 차단 라인 제품은 올해 누적(지난 1~7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60% 증가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색조 화장품과 기초 제품의 라인업을 확대할 뿐 아니라 스킨케어 제품군을 늘릴 계획이다.

패션업계는 고금리·고물가 장기화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성장하는 뷰티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화장품은 의류나 식품 등 여타 소비재에 비해 물류·유통관리가 쉽고 신선식품과 비교해 객단가와 마진율이 높은 편이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지갑이 얇아지면 옷은 안 사지만 화장품은 사용 주기가 짧아 다시 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