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책 읽고 밥 먹고 뛰놀고… “우리 교회가 가장 안전해”

입력 2024-08-20 03:03 수정 2024-08-20 14:07
경기도 부천 성만교회 어린이들이 지난 16일 독서마라톤 프로그램으로 성경 필사를 하고 있다.

“교회는 지구상 가장 즐거운 공동체여야 합니다.” 이찬용(사진) 경기도 부천 성만교회 담임목사의 이 말은 교회의 방향성과 철학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성만교회는 단순히 예배를 드리는 장소를 넘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놀고, 부모들이 마음 놓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날과 여름방학 등 특별한 시기마다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해 지역사회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16일 국민일보와 만난 이 목사는 교회의 역할을 단순히 신앙 교육에 국한하지 않고 다음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회가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즐거운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신앙과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이들의 여름을 채우다

성만교회는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16일까지 교회의 대표적 여름 사역인 ‘독서마라톤’을 진행했다. 독서마라톤은 방학마다 초중고생을 돌봐주는 프로그램으로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다. 이름 그대로 마라톤 하듯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책 읽기를 마라톤(42.195㎞)에 접목해 책 1쪽을 1m로 계산하고 목표 코스를 완주하도록 독려한다. 행사 마지막 날인 16일, 독서마라톤은 윤준석 성만교회 부목사의 기도로 하루가 시작됐다. 이날 첫 순서는 성경 필사였다. 아이들은 또박또박 글씨를 적어나가며 말씀을 마음에 새겼다.

이후 아이들은 교회 바닥에 누워 만화책을 읽고 목회자와 장난을 치며 교회에서 시간을 보냈다. 프로그램 진행은 현직 중학교 교사와 학원 교사 등이 맡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신난 표정으로 교회 옆 ‘행복한 식당’으로 향했다. 2022년 인근 노인들에게 저렴한 끼니를 제공하기 위해 설치한 식당이다. 교회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안전한 공간으로,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행복한 식당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성만교회 몽골 독서마라톤에 참가한 청소년들이 지난 12일 울란바토르 칭기스칸공항에서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성만교회 제공

독서마라톤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이자 봉사자인 임선미 성만교회 집사는 “아이들이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은 단순히 놀이를 넘어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된다”며 “교회에서 받은 사랑과 관심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저도 아이들을 독서마라톤에 보내며 교회에 대한 신뢰가 더 깊어졌다”고 말했다. 하루가 저물어 갈 즈음 아이들은 유치부실에서 청소와 정리를 마쳤다. 아이들은 책상과 인사를 나누며 “겨울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남겼다.

어린이날, ‘꿈을 먹고 살지요’

성만교회가 2001년 시작한 어린이날 프로그램 ‘꿈을 먹고 살지요’는 교회를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에는 성만교회를 벤치마킹하는 교회가 늘면서 전국 단위 행사로 열리고 있다. 매년 5월 5일이면 부천종합운동장 원형광장 등 지역의 넓은 공간을 빌려 열리는 이 행사는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한다.

이 목사는 “어린이날에 많은 부모가 아이들과 함께 길바닥에서 몇 시간씩 보내고 돈은 돈대로 쓰는 모습이 안타까웠다”며 “교회 근처 공원에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대야에 바퀴를 달아 아이들을 태워주는 작은 행사였는데, 그게 점점 커져 지금은 연인원 2만~3만명이 모이는 큰 축제가 됐다”고 설명했다.

행사에는 매년 부천시장과 국회의원 등 지역사회 주요 인사들도 함께해 축하와 격려를 전한다. 행사 당일에는 경찰서 부천FC 지역교회들이 미술 스포츠 가족 놀이 등 다양한 체험 부스를 운영해 아동과 시민들에게 즐거운 시간을 제공한다.

이찬용 성만교회 목사가 18일 경기도 부천시 교회에서 어린이들과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세대가 함께하는 ‘파자마 토크’

2010년 시작한 ‘파자마 토크’는 교인들이 어우러져 진행하는 1박 2일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교회 내에서 함께 음식을 만들고 교회 마당에 설치된 간이 풀장에서 물놀이를 즐긴다. 밤에는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친밀감을 쌓는 시간이 이어진다. ‘파자마 토크’는 아이들에게 교회를 고향처럼 느끼게 하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 목사는 “교회는 단순한 예배 공간을 넘어 모든 세대가 함께할 수 있는 즐거운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성만교회 독서마라톤 프로그램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는 모습. 성만교회 제공

여름방학은 독서마라톤이나 파자마 토크뿐 아니라 아이들과 교인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우리들의 여름 이야기(우여기)’는 전 성도가 세대와 관계없이 조별로 엮여 여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신앙과 공동체 의식을 나누는 프로그램으로 교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우여기는 세대 간 소통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교회 내에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신앙을 나누고 교류한다. 참가자들은 영화관람 물놀이 등 다양한 활동을 선택해 즐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교인들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이 목사는 “여름방학 동안 교회가 아이들에게 안전한 쉼터가 돼야 한다. 부모가 안심하고 아이들을 맡길 수 있도록 교회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교회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가장 즐거운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천=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