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군 전역 이후 해외 배낭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 중 SNS를 종종 했는데 ‘제주 예멘 난민 사태’를 보게 됐습니다. 여행 중 접한 소식이었던 탓에 처음엔 큰 관심을 기울이진 않았습니다.
여행을 이어가던 중 아제르바이잔 한인교회에서 설교를 듣게 됐습니다. 설교 주제는 강도당한 자를 도운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누가복음 10장을 보면 한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던 중 강도를 만나 죽을 지경에 이릅니다. 그때 마침 제사장과 레위인이 그 옆을 지나갔지만 그들은 강도당한 자를 피했습니다. 쓰러진 자를 보살핀 이는 여행 중이었던 사마리아인이었습니다.
목사님은 설교를 통해 우리의 이웃은 예루살렘 성안의 안전한 사람들에 한정돼 있는지, 아니면 위험할 수 있는 성문 밖의 이들까지 포함하고 있는지 질문하셨습니다. 그때 애써 외면했던 제주의 상황이 떠올랐습니다. 설교를 들은 뒤 제주의 예멘인들이 머리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남은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한국에 돌아와 제주행 배에 차를 실었습니다.
그렇게 예멘 난민들과 두 달간 동고동락했습니다. 한국어를 가르쳐주고 아랍어를 배웠습니다. 김치찌개를 끓여 주고 아랍 음식을 대접받기도 했습니다. 제주 바다로 소풍을 가기도 했고 그들의 일자리를 함께 구한 적도 있습니다. 제주 생활을 하면서 ‘충만’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랍어로 ‘이오니’ ‘아이오니’는 ‘나의 눈동자에 당신이 담겨 있다’는 말입니다. 제주에서 저는 수없이 많은 순간 그들과 이 말을 주고받았습니다.
고통받는 이들을 애써 외면하고 즐거움만 추구했던 여행보다 타자의 고통을 눈에 담아 함께 울어줬던 시간이 저는 더 행복했습니다. 난민들과 두 달간 살면서 이런 충만함을 따라 살기로 다짐했습니다. 타인의 눈동자에 비친 하나님의 형상을 발견하고 그들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더 깊이 깨닫길 원합니다.
홍천행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간사
[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예멘 청년들의 눈동자에 비친 하나님 사랑
입력 2024-08-17 0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