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어 ‘아소티아’는 신약성서에 3번 나오며 우리말로 방탕(엡 5:18, 딛 1:6), 방종(벧전 4:4)으로 번역됐습니다. 새한글성경은 ‘흥청망청’이라 번역했습니다. 누가복음 15장 ‘되찾은 아들의 비유’에 나오는 작은 아들이 아버지 살림 가운데 자기 몫을 챙겨 나가 재산을 낭비하는 모습을 표현할 때 쓰인 아소토스(허랑방탕하다, 눅 15:13)와 연관 있는 단어입니다. 아소토스는 신약 전체에 단 한 번 나옵니다. 그리스어 알파벳 첫 글자인 알파(a·아-)를 소테리아(구원)의 어원이기도 한 소조(위험에서 구하다, 온전하게 하다)에서 나온 말에 붙여 부정, 부재의 뜻을 더했습니다. 헛되이 써버려 손안에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태입니다. 영어 성경은 아소티아를 디보처리(debauchery·방탕) 또는 디시페이션(dissipation·소실 낭비 방탕)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므로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찬찬히 살펴보십시오. 지혜롭지 못한 사람처럼 살지 말고 지혜로운 사람처럼 사십시오. 기회를 잘 이용하십시오. 시절이 악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에 분별없는 사람이 되지 말고, 주님의 뜻이 무엇인지 깨달으십시오. 포도주에 취하지 마십시오. 그러면 흥청망청하게 됩니다. 오히려 성령으로 가득 채워지십시오.”(엡 5:15~18, 새한글성경)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 공동체에 서신을 써 보내며 세례자 요한을 떠올렸을까요.(눅 1:15)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