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어컨은 생존 필수품… 취약층 폭염지원 패러다임 바꿔야

입력 2024-08-15 00:35
서울의 체감온도가 36도까지 올라가는 등 전국적으로 폭염이 기승을 부린 5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쿨링 포그가 작동되고 있다. 쿨링 포그는 수돗물을 고압으로 분무하여 주위의 온도를 3~5도가량 낮춰주는 야외 냉방 장치다. 권현구 기자

14일까지 서울에서 ‘24일 연속 열대야’가 발생하는 등 폭염의 기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여름 같은 찜통더위는 쪽방촌이나 반지하 세대 등주거 환경이 열악한 곳에 거주하는 이들에겐 치명적인 위험이 될 수 있다. 취약계층의 여름 나기를 지원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 때다.

정부는 하절기 전기요금을 감면하는 ‘에너지 바우처’ 제도 등으로 취약계층을 지원하고 있으나 대상이 한정돼 있다. 게다가 겨울철 난방비 부담은 생존과 연결된 문제로 인식하는 반면 여름철 냉방비 부담은 다소 가볍게 보는 시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실제 겨울철 바우처 신청에 비해 여름철 바우처 신청은 현저히 적다. 하지만 낡은 주택에서 효율 낮은 냉방기기 등으로 버티는 이들에겐 전기료가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전기요금 감면 대상자를 확대하고 금액을 증액하는 한편 수요자들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아울러 에어컨을 사치품으로 인식하는 일각의 시선도 바꿀 필요가 있다. ‘선풍기로도 충분하다’는 얘기는 고층 아파트나 주거 여건이 좋은 지역에나 해당될 수 있는 말이다. 여전히 취약계층은 얼린 생수병을 끌어안고 잠을 청하고 헤어드라이어 열기 같은 바람을 내뿜는 선풍기 앞에서 여름을 나고 있다. 올해 같은 여름엔 에어컨이 생존 필수품인 만큼 구매를 지원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자체와 시민단체 등에서 일부 세대에 에어컨을 설치해주는 경우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취약세대는 비용 문제 등으로 에어컨 없이 버티는 실정이다.

기상청은 무더위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을 감안하면 올여름 같은 무더위가 매년 반복될 가능성이 높고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전기료 감면에 머물지 말고 세대의 냉방기기 현황을 파악한 뒤 에어컨 구매를 지원하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폭염 지원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