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언어로 전하는 하나님의 지혜

입력 2024-08-16 03:04

영화를 고를 때 관객 리뷰와 평론가 분석을 꼼꼼히 읽는 편이다. 스포일러의 위험은 있지만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영화를 다 찾아볼 시간도, 에너지도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먼저 읽은 독자의 관점에서 쓰는 이 글이 나와 같은 이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이 소설은 주인공 예나의 거짓말로 시작한다. 누구를 해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저 좀 특별해 보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 ‘무해하고 인간적인 작은 거짓말’이 들통나면서 예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는다. 이때 미지의 개발자에게 친구의 구멍 난 마음 조각을 찾아주면 거짓말을 지워준다는 ‘조각게임’을 제안받는다.

단지 거짓말을 지우기 위해 수락한 게임이었지만 예나는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누구나 가진 마음의 공허함을 본다. 사람의 노력으로는 메울 수 없는 공허함이다. 무한 경쟁에서 이기고 드러나야 가치있는 사람이 되는 세상이다. 하지만 하나님은 누구든 그 자체로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 말씀한다. 하나님의 이 명확한 창조 의도를 발견하지 못하면 우리 영혼은 결코 채울 수 없는 공허함으로 늘 목마르다.

제목부터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은 청소년의 언어를 이질감 없이 녹여냈다. 중학생 예나가 자기 말로 쓴 일기를 훔쳐보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나윤아 작가의 필력에 경의를 표한다. 난무하는 숏폼에 길들여져 진득하니 뭔가에 집중하기 힘든 청소년에게 어떤 접근이 필요할 것인가 끊임없이 고민했을 편집자의 노고에도 박수를 보낸다.

이들의 의기투합으로 만들어진 이 책이 마중물 돼 대놓고 하나님을 이야기하기 어려운 이 시대에 가장 가치있는 지혜를 전할 수 있는 물꼬가 트이기를 소망한다. 이제 막 자아정체성에 관심을 갖게 된 청소년, 하나님 이야기를 자녀들에게 어떻게 들려주면 좋을지 고민하는 부모에게 좋은 길라잡이가 될 것이다. 가독성이 좋아 속도감 있게 읽히지만 오래 꼭꼭 씹어 삼켜야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그만큼 단숨에 읽고, 오래 서성이게 하는 책이다.

지안 (필명·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