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을 자세히 읽으면 하나님은 누구도 희생자의 이야기로 끝나거나 실패한 인생이 되도록 내버려 두시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우리가 눈앞의 고난에 매몰되거나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아야 할 이유입니다.”
최근 저서 ‘영웅의 여정’을 발간한 현숙 폴리(63) 한국순교자의소리(VOMK) 대표의 말이다. 책은 성경 인물들만이 아니라 하나님 자녀가 모두 자신만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승리자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최근 서울 성북구 VOMK 사무실에서 만난 폴리 대표는 책의 집필 의도에 대한 질문에 현장에서 만난 탈북민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탈북민 중에는 그저 김일성 일가에 의해 희생됐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이들이 많았어요. 북한과 체제가 다른 한국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탈북민의 통계를 접하고 큰 충격을 받았죠.”
VOMK는 2000년대 중반부터 탈북민을 성경말씀으로 전도·양육하는 ‘유유 지하선교학교(Underground University)’ 사역을 펼치고 있다. 책은 유유 지하선교학교 등을 통해 만난 탈북민이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도록 그동안 지도해 왔던 것의 결과물이다. 폴리 대표는 미국의 비교신화학자인 조지프 캠벨이 책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에서 분석한 ‘영웅의 여정’에 주목했다. 캠벨은 세계 모든 문화권에 존재하는 영웅 이야기에서 12단계 배경을 발견했다.
12단계는 평범한 세상, 모험으로의 부르심, 부르심의 거부, 멘토와의 만남, 첫 관문의 통과, 시험·조력자 그리고 원수, 가장 깊은 동굴에 접근, 시련, 보상 등으로 구성돼 있다. 폴리 대표는 12단계 틀에 따라 탈북민이 자신의 이야기를 대입해 이야기하도록 끌어냈고 이런 지도를 거쳐 탈북민의 변화를 봤다.
폴리 대표 자신도 책에서 사역자로 부르심을 받기 전까지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고난과 어려움, 이후의 과정 이야기를 이 단계에 따라 풀어냈다. 책에는 탈북민 사역에 동역하는 탈북민 10명의 이야기도 있다. 복음 안에서 자신의 고난을 해석한 탈북민들은 다른 탈북민을 세우는 사역에 헌신적이었다.
그는 지난 5월 캐나다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영웅의 여정 콘퍼런스’를 열었다. 콘퍼런스는 말씀에 따라 12단계에 맞춰 자신의 인생을 조명하며 토론하는 특징을 갖는다. 한국에서는 다음 달 1일부터 사흘간 전북 무주의 모처에서 여성을 위한 제1회 영웅의 여정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폴리 대표는 “특히 인생의 어려움으로 고통받는 한국 여성들이 회복돼 가정을 살리는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