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해외 독립지사들이 광복 구국정신의 표상으로 무궁화를 내세우고 독립의지를 드높이자 일제가 무궁화를 불태우거나 뽑으면서 참혹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무궁화는 여름꽃이다. 7월부터 10월까지 매일 새 꽃이 핀다. 뜨거운 태양이 기승을 부리는 광복절쯤은 무궁화가 아름답게 피어나는 시기다
무궁화 한 송이가 피고 지는 시간은 24시간이다. 새벽에 꽃이 피고 오후가 되면 오므라들기 시작해 해가 지면 꽃이 떨어진다. 이렇게 매일 20∼30송이씩, 약 100일간 2000∼3000송이 새로운 꽃을 피운다. 많게는 5000송이까지 피우기도 한다. ‘은근과 끈기’ ‘일편단심’이라는 꽃말을 지닌 무궁화 명소를 찾아보자.
‘무궁화 특화도시’ 강원도 홍천
무궁화를 지키고 보급한 대표적인 인물이 배화학당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독립운동가 한서 남궁억(1863~1939) 선생이었다. 1863년 서울에서 태어난 선생은 서재필·이상재 등과 함께 독립협회를 창립했고, 1898년 9월에는 나수연·유근 등과 함께 황성신문을 창간했다. 독립협회의 지도자로 활동하던 중 17명의 지도자와 함께 체포됐다. 이후 강원도 홍천군 서면 모곡리 보리울마을로 돌아온 뒤 1919년 모곡학교를 설립하고 무궁화 보급 운동을 펼쳤다.
선생은 우리나라 지도를 무궁화로 수놓게 했고, 묘목을 길러 나눠주기도 했다. 홍천 보리울(모곡) 학교에서 무궁화 묘목을 길러 전국에 보냈고, 무궁화 노래도 지어 널리 보급했다. 모곡리에 자리잡은 한서남궁억기념관은 선생의 민족사랑 정신을 기리고, 우리 역사를 이해하고 되돌아볼 수 있는 배움의 장소이다. 마을은 선생의 뜻을 따라 무궁화를 심고 가꿔 무궁화마을이 됐다. 홍천은 ‘무궁화 특화도시’로 불린다.
선생의 업적을 기리는 또 한 곳은 국내 최초 무궁화 테마 수목원인 ‘홍천 무궁화수목원’이다. 무궁화 5000년의 역사와 함께 대한민국의 꽃 무궁화의 위상을 높이고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2017년 공개됐다. 31만5935㎡ 규모로 무궁화 조형물과 남궁억 광장, 무궁화 품종원, 무궁화 미로원 등 16개 주제원 등이 갖춰져 있다.
가을에는 수목원 앞에 황화코스모스가 황금빛 풍경을 연출한다. 코스모스 길 끝에 작은 교회 모습을 한 무궁화집이 있다. 하얀 건물에 빨간 기와와 종탑의 종이 이국적이다. 무궁화집으로 향하는 80m 돌담길도 사진 명소다.
형형색색 장성 무궁화공원
전남 장성군 장성읍에 위치한 ‘무궁화공원’은 부지 면적 9500㎡, 국내 최대 규모의 무궁화 단지다. 2021년 두산그룹의 지원으로 장성공원 잔디광장에 조성됐다. 장성군이 부지 제공과 기반 공사를 맡고 두산그룹이 묘목 구입과 식재 예산을 지원했다.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지만 무궁화 종류도 다양하다. 46개 품종 1만여 그루의 무궁화 묘목과 배달계 5종 980그루, 홍단심계 18종 5118그루, 백단심계 10종 2650그루가 식재돼 있다. 한 자리에서 현존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무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손꼽힌다. 공원 한편에는 100개 품종의 무궁화로 구성된 품종원도 갖추고 있다. 2022년엔 산림청이 주관한 ‘제9회 나라꽃 무궁화 명소 공모’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공원 내 3·1운동열사 장성의적비와 6·25참전용사기념탑이 있어 나라꽃 무궁화의 상징성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
150여 종 보령 무궁화수목원
충남 보령시 성주면 성주산 자락에 조성된 무궁화수목원은 2017년 개원했다. 총면적 24㏊에 무궁화전시관과 생태연못, 전시온실, 숲하늘길 등이 조성돼 있다. 교목류, 관목류, 초본류 등 1000여 종의 다양한 식물과 함께 무궁화 6000여 그루가 식재돼 있다. 홍단심계 품종으로 삼천리·광명·새아침·칠보, 백단심계 품종으로 한마음·선덕·해오름 등 150여 종의 다양한 무궁화가 기다린다.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완주
전북 완주군 고산면 고산자연휴양림 입구에 ‘무궁화 테마식물원’이 조성돼 있다. 11만3000㎡ 부지에 무궁화동산과 세계 나라꽃 전시관 등을 갖췄다.
무궁화 전시관은 지상 3층 규모로 200여 종의 무궁화를 전시하는 무궁화 전시장과 무궁화 자료 전시실, 전망대 등을 갖춘다. 무궁화는 품종에 따라 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피는 기간이 다르다.
무궁화 테마식물원을 지나면 걷기 좋은 길과 시원한 갯가가 이어진다. 낙엽송, 잣나무, 리기다 등이 빽빽이 들어선 조림지와 활엽수, 기암절벽 등이 어우러져 호젓하게 휴식을 취하기에 더없이 좋다.
글·사진=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