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이 확정되자 “이미 결정된 것이기에 제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만 복권 반대 입장은 그대로라는 ‘가시’는 남겼다. 집권여당 대표가 이례적으로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인 사면권 행사에 부정적 입장을 낸 것을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여러 해석이 나왔었다.
한 대표는 13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더 이상 언급하진 않겠다”면서도 “알려진 바와 같이 (김 전 지사 복권에) 공감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 측 인사는 통화에서 “향후 한 대표가 여권 내 주도권을 쥐는데 유리한 지형에 서게 될 것”이라며 “그간 당내 중진들의 지지가 부족했는데 이번에는 호응이 컸다”고 자평했다. 앞서 국민의힘 4선 의원들은 김 전 지사 복권 반대의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해 달라며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바 있다.
한 대표로서는 사면 국면을 거치며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법’ 제안 등으로 잃었던 보수층의 지지를 만회하는 동시에 외연 확장을 위한 포석을 뒀다는 점이 소득으로 꼽힌다.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는 한 대표의 소신 이미지 구축에도 도움이 됐다. 한 여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등에 대해 강성 보수 지지층과 다른 입장을 내면서 정체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이제 그런 공세는 수드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대표가 미래 권력이 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내부 지지층과 중도 확장성, 그리고 개혁 이미지”라며 “이런 관점에서 한 대표가 김 전 지사 복권에 반대한 것은 당연하고 현명한 판단이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추가적인 언급을 자제하면서 김 전 지사 복권을 두고 불거진 당정 간 파열음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한 갈등’의 불씨를 살려놨다는 점에서 ‘잃은 것’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지사 복권은 야권의 내홍을 유도할 수 있는 사안임에도 한 대표가 굳이 나서면서 되레 여권 내분을 일으켰다는 것이다. 실제 한 대표가 ‘자기 정치’를 위해 불필요한 소란을 일으켰다는 비판도 당내에서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윤 대통령과의 갈등이 봉합되던 단계에서 대통령 고유 권한을 건드렸기 때문에 다시 가까워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지 이강민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