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동 걸린 티메프발 ‘온플법’… 이커머스 업계 “이중 규제”

입력 2024-08-14 03:12

티몬·위메프(티메프) 대규모 정산금 미지급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규제 법안이 연이어 발의되고 있다. 이커머스와 스타트업 업계는 플랫폼 특성과 시장 상황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규제가 자칫 기업들의 경영활동과 시장의 성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에 발의된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독점규제 및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은 총 7건으로,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표 발의했다. 법안별로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의 불공정행위를 제재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대표적으로 김남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라인플랫폼 독점 규제에 관한 법률안은 시장 지배적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최혜대우 요구 등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커머스 업계는 규제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티메프 사태의 불똥이 플랫폼 산업 생태계 전반에 대한 규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티메프 사태는 규제의 부재보다는 특정 기업의 관리 부실 등으로 발생한 케이스”라며 “이슈에 편승해 만들어진 규제가 오히려 업계의 성장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기존 공정거래법 등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안이 있어 이중규제를 적용받게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많아지면 편법도 고도화된다”며 “새 법안을 만들기보다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통해 사태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업계도 규제만이 해답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날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공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스타트업 10곳 중 4곳 정도는 온플법을 ‘추진되지 않기를 바라는 법안’으로 꼽았다. 코스포는 성명을 통해 “온플법은 플랫폼 스타트업의 자율성, 운영 효율성, 생태계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전날 서울 강남구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서 열린 ‘혁신 생태계 성장과 보호를 위한 플랫폼 정책 방향 토론회’에서도 벤처업계와 학계의 우려가 제기됐다.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은 “법의 잣대를 모든 플랫폼 기업에 적용해 규제한다면 ‘교각살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경 서울과기대 교수는 “플랫폼이라고 해도 사업 내용이 제각각인 산업에 동질적인 계약 내용이나 방식을 강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정치권에서는 야권을 중심으로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한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민주당은 온플법 제정을 당내 ‘티메프 사태 TF(태스크포스)’ 1호 법안으로 공식화하며 정무위원회를 중심으로 논의를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온플법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업계의 반발과 윤석열 정부의 ‘자율 규제’ 기조에 동력을 잃고 백지화됐다.

한명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