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왜 불필요한 이념 논쟁이 벌어지는지, 어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이종찬 광복회장이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을 ‘뉴라이트’로 지목한 뒤 야권과 독립운동단체가 연이어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데 대한 말이다. 여권에서는 이 회장이 인사 불만으로 정부가 추진하지도 않는 ‘건국절’을 끄집어내 역사관 논쟁을 촉발했다는 비판 기류가 감지된다. 대통령실은 마지막까지 이 회장의 경축식 참석을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고위 참모진은 지난주부터 이 회장을 직접 찾아가거나 연락해 “정부가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지 않았고 계획도 없다”며 경축식 참석을 수차례 설득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오히려 윤 대통령에게 김 관장 임명 반대 서신을 세 차례 보냈다는 사실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회장은 아무런 응답 없이 김 관장 발령이 이뤄지더라며 “모욕감을 받았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은 열려 있고, 여전히 경축식 참석을 희망하는 기조”라며 “이 회장이 마음을 바꾸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용산 밀정’까지 운운하는 이 회장의 격앙된 태도를 이해하기 어려우며, 실상은 자신이 추천한 인사가 탈락한 데 불만을 가진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 심사 결과에서는 김 관장이 최고점수자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광복회는 오영섭 임원추천위원장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 회장이 자기가 밀던 인사가 떨어지자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윤 대통령에게 서신을 보낸 사실을 밝히며 ‘모욕감’을 말한 데 대해서도 여권은 “임명은 대통령 권한 아니냐”며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이 회장이 윤 대통령 친구의 아버지라는 인연을 과신해 선을 넘은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지 특정인의 서신을 받고 대통령이 인사를 한다면 오히려 큰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김 관장을 친일 인사나 뉴라이트로 지목할 수 있는지, 그의 임명이 적절한지, 광복절 경축식 불참이 타당한지에 대해서는 각계의 시각이 엇갈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일련의 일들에 대해 국민이 왜 걱정하고 비판하고 또 분노하는지 겸허하게 돌아봐야 한다”며 “대통령이 결자해지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국민의 삶과 무관한 건국절 논란으로 광복절 행사를 보이콧하겠다니 어리둥절하고 황당하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관장 임명 철회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설령 광복절 경축식 불참 인사가 있더라도 절차를 거친 임명을 뒤집는 것은 원칙에 맞지 않으며, 불필요한 이념 논쟁에도 휩쓸리지 않겠다는 강경책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최근 “먹고살기 어려운 국민들에게 이념 논쟁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이경원 이종선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