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로 복권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치 일선으로의 복귀 길이 트인 김 전 지사의 향후 행보에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내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김 전 지시가 당내 역학 구도를 흔드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김 전 지사가 구체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한 상황이다.
김 전 지사는 13일 광복절 특사 명단이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에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며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저의 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 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재 유학차 독일에 머무르고 있는 김 전 지사는 복권과 상관 없이 당초 예정된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중 귀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계 적자로 불리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이재명 일극체제’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현재의 민주당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별다른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비명계의 기대가 큰 분위기다. 이재명 전 대표 외에는 별다른 대권 주자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현 구도를 흔들 수 있는 유력한 카드이자 대항마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친문계 의원은 “당내에 김 전 지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이재명 카드’로 차기 대선에서 이길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계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실력도 있고 국민적 지지도 있기 때문에 당 전체적인 지지율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며 “당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0~11월로 예정된 이 전 대표의 형사재판 1심 선고 결과에 따라 김 전 지사의 존재감이 더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김 전 지사가 당장 ‘정치적 액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와 가까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에 복권될 것이라는 걸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별다른 준비도 돼 있지 않다”며 “당연히 정치활동 재개는 하겠지만 향후 행보를 언급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현재로서는 김 전 지사가 정치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없다”며 “이 전 대표가 사법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당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율을 보이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적절한 역할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 전 지사) 복권을 당원들과 함께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국민과 민주당을 위해 앞으로 더 큰 역할 해주시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판 박장군 이동환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