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전세 보증사고 급증에 따른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위험 관리 경고를 무시해 3조9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자초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3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서민 주거안정 시책 추진 실태’ 주요 감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HUG는 2019년부터 전세보증 사고가 크게 늘자 2020년 9월부터 2022년 2월까지 감독기관인 국토부에 16차례에 걸쳐 전세사기 예방과 HUG의 재정 위험 관리를 위한 전세보증한도 하향을 요청했다. 전세보증한도가 주택 가격과 비슷하거나 높으면 임대인이 자기자본 없이 주택을 대거 사들여 전세사기를 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HUG는 2021년 10월 막대한 재정손실이 예측되므로 담보인정비율을 90%로 하향 조정하는 리스크 관리대책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국토부는 전세보증 전체 사고율이 하락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가 가능하다고 잘못 판단했다”며 “국토부가 HUG의 보고를 받아들였다면 3조9000억원 규모의 보증사고를 예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부의 대응 지연으로 대규모 전세사기와 HUG의 재정 악화를 막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결국 국토부는 전세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진 2022년 6월에야 대책을 검토하기 시작해 지난해 전세보증한도를 낮췄다. 감사원은 국토부에 주의를 요구하고 HUG에 악성 임대인에 대한 보증가입 거부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감사원은 임대사업자 의무 이행에 대한 국토부의 관리 미흡 사례도 적발했다. 임대사업자는 취득세 감면 등 혜택을 받는 대신 임대차계약 신고 및 임대 보증가입 의무가 있다. 국토부는 렌트홈,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 등을 통해 미신고 의심 사례를 찾을 수 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민간임대주택의 79%가 관련 조사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결과 보증제도가 취지와 달리 고가아파트 임대에 쓰인 경우도 드러났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보증 3억2000만원, 월세 743만원인 서울 서초구 아파트의 반전세 계약건 보증가입을 허용했는데, 이 아파트의 당시 매매가는 71억원이었다.
HF는 서민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일정금액(수도권 7억원) 이상 계약은 가입을 승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임차보증금 대신 월세를 올리는 식의 꼼수를 써 가입했다. 감사원은 HF의 전세대출보증에 고액 임대차 계약 가입 승인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