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은 자신을 둘러싼 ‘친일 역사관’ 논쟁에 대해 “마치 중세교회가 인민재판을 벌이는 것처럼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를 ‘뉴라이트’로 지목한 독립운동 유관 단체들과 야권이 거듭 사퇴를 촉구하는 상황에서 정면돌파 뜻을 밝힌 것이다. 정부도 광복회 등에 대한 설득 작업에 나서며 김 관장을 엄호하는 모습이다. 정부와 독립운동 유관 단체들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79주년 광복절 기념행사가 둘로 쪼개져 각자 진행될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김 관장은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지방보훈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나의 주장이 잘못됐다면 학문적으로 지적하면 되는데 마치 중세교회가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서 화형에 처한 것처럼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고 항변했다.
김 관장은 자신이 2022년 발간한 저서 ‘끝나야 할 역사전쟁’을 들고나와 자신에 대한 공세에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김 관장은 “나는 건국절 제정을 주장하시는 분들의 주장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다”며 “광복을 부정하거나 일제의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이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다면 직을 걸고 막을 용의가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역사학자로서의 제 양심을 걸고 분명히 반대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대통령실도 정부가 김 관장 임명 등을 통해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건국절 제정 의사나 계획 역시 이전부터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 독립운동 유관단체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관장의 과거 책이나 인터뷰를 보면 ‘건국절주의자’가 맞는다”며 “기본적으로 독립기념관장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한 분”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은 ‘친일 프레임’을 내세워 정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최근의 일본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논란 등 윤석열정부의 대일 정책 전반에 대한 공세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일파로 매도된 인사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서겠다’가 김 관장의 취임 일성”이라며 “이런 사람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한 것은 대한민국 정체성을 뿌리째 뒤흔들고 역사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야6당은 김 관장 임명이 철회되지 않으면 15일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김 관장 임명 철회 촉구결의안도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광복회도 이날 김 관장 임명 절차를 문제 삼으며 오영섭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장을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 마포경찰서에 고발했다. 그러나 김 관장은 “사퇴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이 시간 이후로 나에 대해 부당하게 비방을 하는 것에는 엄중한 법적 대응도 신중하게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택현 박장군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