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사 논란 속 깜짝 인사… 안보 정책 무게추 외교서 軍으로

입력 2024-08-13 00:15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용현(가운데) 대통령경호처장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 들어서고 있다.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오른쪽은 이도운 홍보수석.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외교안보 주요 직위에 군 출신 인사들을 전면 배치한 것은 한반도 주변은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정세 불안 등 급격히 엄중해진 안보 정세를 고려한 결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국제 정세의 급변을 체감한 뒤 ‘안보’ 중심의 새 외교안보 진용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굳혔으며, 지난주 하계휴가지에서 최종 구상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야권이 거세게 반발하는 점,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이 7개월 만에 교체됐다는 점 등은 이번 ‘깜짝 인사’의 뒷말로 남아 있다.

이날 공개된 새 외교안보 진용은 대외 정책의 무게추를 ‘외교’에서 ‘안보’로 옮기는 모양새로 해석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이 이끌던 국가안보실장 자리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이 이동한 점이 이를 상징한다. 신 장관은 육군사관학교(37기)를 졸업한 3성 장군(중장) 출신이다.

윤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지미파(知美派) 안보실장들을 통한 한·미동맹 강화, 정보 교류 복원 등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으며, 앞으로는 안보 진용을 강화할 때라고 인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강경파’인 신 장관의 안보실장 내정에는 핵·미사일부터 오물 풍선까지 갖은 도발을 이어가는 북한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 발신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신 신임 안보실장은 일선 지휘관 시절부터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강조해 왔다.

대통령경호처장으로 일해온 김 후보자를 국방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 역시 국가관이 투철한 ‘엘리트 군인’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의미로 풀이됐다. 김 후보자는 현 정부 출범 당시부터 초대 국방부 장관으로 꼽혔던 인물이라고 한다. 국방부 장관과 안보실장을 역임한 김관진 전 장관이 과거 “윤석열정부 초대 국방부 장관은 누가 좋겠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용현 장관을 임명하라”고 답했다는 말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와 함께 핵심 국익과 관련한 전략 과제를 챙길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신설하면서 초대 특보로 장 실장을 내정했다. 장 신임 특보는 원전, 방산 문제를 비롯해 중국과 러시아, 한·미·일 관계 등 단일 정부부처가 대응하기 복잡한 현안의 ‘해결사’로 나서게 된다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그에게 ‘국제정치의 달인’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같은 역할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동시에 안보라인 요직을 새 인물로 채우는 대신 연쇄 이동시킴으로써 업무 연속성과 조직 안정성도 꾀한 것으로 보인다.

예정에 없던 외교안보 분야의 굵직한 인선이 한꺼번에 발표되자 윤 대통령이 ‘수미 테리 사건’과 국군정보사령부의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등을 이유로 안보 당국 쇄신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됐다. 장 특보가 지난 1월 안보실장에 취임해 불과 7개월여 일했다는 점도 문책성 인사 단행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를 부인하면서, 윤 대통령이 급변하는 대내외 질서와 안보 현안에 대응할 방법을 오래전부터 구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장 실장이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별도의 특보팀 구성 등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