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전·현직 근로자 385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삼성SDI가 근로자에게 지급한 고정시간 외 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지난 2021년 대법원 판례를 항소심에서 인용해달라는 취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주 수원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수원지법 민사17부(부장판사 맹준영)는 삼성디스플레이 전·현직 근로자가 2020년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고정시간 외 수당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시간 외 수당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재산정한 미지급 법정수당(연장·야간·휴일·휴일연장근로수당) 약 40억원을 전·현직 근로자에게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삼성디스플레이가 기준급의 20%에 해당하는 금액을 자기계발비 등의 명목으로 근로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한 점을 언급하며, 고정시간 외 수당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봤다. 기준급은 임금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로 여러 가지 수당을 제외한 급여를 말한다. 이는 상여금과 퇴직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된다.
재판부는 회사가 인사규정에 자기계발비 등의 수당을 고정시간 외 수당이라고 명시했더라도 해당 금액이 곧바로 통상임금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회사는 근로자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고, 인사규정과 근로계약서를 사측에 유리하게 제·개정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대법원 판례를 들며 고정시간 외 수당은 통상임금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021년 삼성SDI 울산사업장 근로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지급 소송의 대법원 판결을 항소심에서 내세울 예정이다. 당시 대법원은 고정시간 외 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삼성SDI 대법원 판례에 대해 회사마다 근로계약·취업규칙의 구체적인 내용, 임금체계, 근로조건 등이 달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주장을 배척했다. 두 회사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 온 고정시간 외 수당의 성격과 연혁, 지급 관행이 같지 않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1심과 달리 항소심 재판부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 인용 여부는 각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에 원심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고등법원으로 갈수록 보수적인 성향이 짙어 대법원 판례를 따라갈 확률도 높아진다”고 말했다.
나경연 기자 contes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