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9년 만에… 외국 의대 졸업생 ‘의사 예비시험’ 손질한다

입력 2024-08-13 02:16
연합뉴스

정부가 외국 의과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국내 ‘의사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의사 예비시험’ 손질에 나섰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최근 ‘의사 예비시험 타당도 및 신뢰도 분석 연구 용역’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시원은 의사국가시험(국시)을 주관하는 곳이다. 2005년 의사 예비시험이 도입된 후 개편을 위한 연구 용역이 착수된 것은 처음이다.

국시원 관계자는 “의사 예비시험의 타당도와 신뢰도를 주제로 나온 연구는 처음”이라며 “연구를 시작한 단계이고 예비시험이 도입된 지 오래돼 현재 상황에 맞게 개선할 점이 있는지 검토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예비시험은 외국 의대를 졸업한 내외국인이 국시 응시 자격을 얻기 위해 치르는 ‘사전 시험’을 말한다. 국내 의대·의학전문대학원 졸업생에겐 곧바로 국시를 치를 자격이 주어진다. 하지만 외국 의대 졸업생은 국시에 앞서 1·2차 예비시험을 먼저 통과해야 한다. 외국 의대 졸업생이라고 하더라도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38개국 159개(2023년 기준) 대학 졸업생만 응시할 수 있다.

국시원이 예비시험 손질에 나선 것을 두고 외국 의사 인력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5월 9일 의사 집단행동 사태가 장기화하자 외국 의료 면허를 소지한 이들의 국내 유입을 위한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에 착수한 바 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전공의 이탈, 전문의 미배출 등에 따른) 의료 인력 공백을 메우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며 “외국 의대에서 공부한 한국 학생들도 여건이 되면 국내에 정착할 수 있는 길을 늘려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예비시험을 평가하는 지표는 한국 의사 면허를 취득할 자격이 있는지를 따지는 ‘신뢰도’ 지표와 시험 문제가 의사 직무에 관해 제대로 물었는지를 살피는 ‘타당도’ 지표로 구성된다. 복지부·국시원에 따르면 외국 의대 졸업자의 한국 예비시험 합격률은 2005~2023년 기준 전체 응시자 424명 가운데 55.42%(235명)로 집계됐다. 이어 국시까지 통과한 비율은 41.1%에 그쳤다.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원 원장은 “의과 시험은 세계적으로 어느 정도 기준이 정립됐지만, 국가마다 교육의 깊이가 다를 수 있다”며 “(신뢰도·타당도 평가는) 시험 시행 전문기구라면 반드시 해야 할 연구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