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들백교회는 매주 일요일 오전 11시 오프라인은 물론 메타버스 가상공간 ‘VR챗’ 프로그램에서 예배를 드린다. 11일(현지시간) 이 교회의 VR(가상현실) 예배를 함께 드렸다.
해당 VR 공간을 만든 제작사 ‘더포탈서치’는 계정을 통해 새들백교회가 3개월 만에 최대 수용인원 80명을 달성했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18만5000개의 ‘좋아요’와 36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 중 “(만화 캐릭터) 나루토가 예수님을 만나게 돼 기쁘다”는 댓글엔 4만개 이상의 반응이 쏟아졌다. ‘세상과 단절된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예배를 경험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란 상찬이 나왔다. 가상현실에서 드려지는 예배가 현실 교회가 품지 못하는 이들의 대안이 된다는 것이다.
반면 가상현실 예배에 의문을 가지는 의견도 있다. 이날 ‘새들백교회 VR’에 참여한 사람은 10명뿐이었다. 예배 시작 때 15명이었던 참석 인원은 예배가 끝나갈 무렵 9명으로 감소했다. 지난 5월 최대 수용인원을 달성했던 폭발적 반응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교회 헌금 애플리케이션 개발 업체 푸시페이(Pushpay)가 올 초 발표한 ‘교회 기술현황 보고서 2024’에 따르면 ‘메타버스를 활용해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응답한 교회는 지난해 8%에서 올해 5%로 12개월 만에 3% 포인트 감소했다. 주종훈 총신대 예배학 교수는 12일 “예배자들이 가상현실 속 예배를 통해서는 실제 예배의 전인격적 체험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는 것”이라며 “메타버스 교회가 축소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메타버스 교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전문가들은 “현실과 가상세계 교회를 상호보완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 교수는 “메타버스가 실험적 측면에서 주목받게 됐지만 예배는 새로운 호기심보다는 지속적인 영적 돌봄과 인격적 하나님을 경험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신앙교육 도구로써 VR은 긍정적이고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나 기존 예배자들에게 현실 예배와 동일한 체험을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남성혁 장로회신학대 선교학 교수는 “오프라인 교회와 온라인 교회는 상호보완적으로 공존하는 것이며 제로섬 게임처럼 대비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남 교수는 “메타버스 공간을 현실 공간과는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선교지로 바라봐야 한다”며 “전문 선교사를 양성하는 것처럼 디지털 문화에 적합한 디지털 복음 전파자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