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원로목사 “몸집 커진 지구촌교회 분립을 제안합니다”

입력 2024-08-13 03:00
지구촌교회 설립자 이동원 원로목사가 지구촌교회의 분립개척을 공식 제안했다. 사진은 지구촌교회 분당(왼쪽)·수지 채플 전경. 국민일보DB

지난달 담임목사의 갑작스러운 사임으로 리더십 공백사태를 맞은 지구촌교회 설립자인 이동원(79·사진) 원로목사가 교회의 분립개척을 전격 제안했다. 지금의 교회를 4개 교회(수지·분당·경기대·구리 채플)로 분립하자는 방안이다. 설립 30주년을 맞은 지구촌교회가 이 제안을 수용할지와 더불어 교회의 리더십 회복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 목사는 또 최성은 목사의 사임 배경을 두고 유튜브 등 일각에서 제기된 ‘뒷배’ 논란을 일축했다.


이 원로목사는 11일 지구촌교회 광복절 기념 주일예배 설교에 앞서 최근 교회 사태와 관련, 이 같은 내용을 성도들에게 밝혔다.

이 목사는 최근 담임목사 사임 등 일련의 사태에 대해 “우리는 값비싼 수업료를 지불했다”면서 최근 출범한 ‘새로운 30년을 위한 지구촌교회 미래위원회’에 공식적으로 교회 분립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지구촌교회 분당채플 하나만 봐도 웬만한 대형교회 규모다. 수지채플도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분당과 수지 채플이 각각 교회로 분립할 때가 됐다고 믿는다. 몸집이 큰 게 건강한 것이 아니다. 적절한 몸무게(규모)로 조정하고 관리하는 게 건강한 교회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목사가 은퇴 뒤 설교를 이어오고 있는 경기대채플도 분립교회 대상으로 거론됐다. 이 목사는 경기대 근처에 교육관이 준비되면 하나의 교회로 분립될 수 있으며 이것이 세워지면 경기도 가평의 수양관인 필그림하우스 사역에만 전념하겠다는 향후 계획도 일부 밝혔다.

이 목사의 제안에 교회 구성원들이 활동하는 인터넷 블로그에는 다양한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4개 채플의 교회분립 검토 제안에는 인구 감소 추세 등을 언급하며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는가 하면 후임 청빙 등에 있어서는 신중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교회가 교회를 낳는’ 분립개척 사역은 교계에서도 대형교회의 ‘건강한 교회 개척’ 모델로 꼽히고 있다. 설립 27주년을 맞은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는 그동안 분립개척한 교회가 28곳에 이른다.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는 2022년 29개 교회를 분립하면서 교계 안팎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이 목사는 교회의 분립 제안과 더불어 담임목사 청빙 방식 또한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게 진행할 것을 권면했다. 그러면서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 모델을 언급했다. 그는 “제 친구이자 온누리교회 설립자인 하용조(1946~2011) 목사가 세상을 떠난 뒤 새로운 사역자를 청빙할 때 ‘땅끝까지’ 가지 않았고 온누리교회를 잘 알고 있는 부교역자 4명 중에서 찾았다”면서 “지구촌교회를 거쳤거나 현재 섬기는 분 가운데 인품과 설교가 훌륭한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구촌교회 정체성과 교회 공동체의 특성을 잘 아는 후임자가 낫지 않겠느냐는 얘기다.

이와 함께 교회 공동체의 철저한 회개 기도를 요청한 이 목사는 “행여 이번 기회에 교회의 영향력을 잡으려고 하는 이들이 절대로 없어야 한다. 자기 뜻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 목사는 유튜브 사이버 레커(이슈 유튜버) 등으로부터 최 목사의 사임 배경으로 자신이 거론되는 것을 두고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는 “은퇴 후 진재혁 2대 담임목사, 최성은 목사가 사역할 때 단 한 번도 목회에 개입하거나 간섭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카톡으로 (최 목사에게) 오래오래 사역해서 (훗날) 제 장례식을 집례해 달라는 부탁까지 했다”며 “그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겠나. 교회가 해임한 게 아니라 최 목사가 스스로 소명하고 사임한 것이 맞는다면 우리는 모두 그분을 축복해서 보내야 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