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임종룡 회장이 어제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전임 손태승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 대출과 관련해 “고객께 절박한 심정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날 우리은행이 2020년 4월~올 1월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에 616억원의 대출을 해 줬고 그중 약 350억원이 부당 대출이라는 금융감독원 발표에 따른 반응이었다. 임 회장은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 등을 사고 원인으로 꼽은 뒤 “철저히 반성하고 환골탈태의 계기로 삼겠다”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우리금융 내부 비리가 잊을만 하면 터져나온 터여서 개선 약속에 대한 신뢰감이 크지 않은 게 사실이다.
금감원 발표를 보면 우리은행은 허위 매매계약서를 확인도 안 했고, 담보 가치가 없는데도 대출을 해 줬다. 대출을 유용한 전력이 있음에도 본점 승인도 없이 전결 대출하기도 했다. 군소 은행도 아닌 대형 시중은행의 일처리라곤 믿기 힘들 정도다. 특히 손 전 회장이 취임하기 전 해당 법인에 대한 대출은 4억5000만원에 그쳤는데 재임시 액수가 100배가량 불어났다. 은행 측은 손 전 회장의 관여 여부는 파악하지 못했다고 했지만 회장의 막강한 권한에 힘입어 특혜 대출이 이뤄졌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감독 및 수사당국에서 철저히 파헤쳐야 할 것이다.
우리은행은 2년 전 700억원대 횡령 사건이 터진 뒤 내부통제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6월 170억원대 대출 횡령 사고에 이어 전 회장 친인척에 대한 부당 대출 건까지 드러났다. 도덕적 해이가 멈추지 않는데 내부통제 강화와 윤리 경영 약속을 어떻게 믿으란 말인가. 우리은행은 향후 여신 심사 절차를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내부 자정을 믿기 어렵다는 게 솔직한 여론이다. 내부뿐 아니라 상시적인 외부 감사가 진행돼야 한다. 이번 건이 제보로 드러난 만큼 금융권 내부 제보를 활성화하는 당국 차원의 대책 마련도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