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은 출생·양육 터전 위에서 세워진다”

입력 2024-08-13 03:06 수정 2024-08-13 03:06
경북 경산중앙교회(김종원 목사) 성도 가족들이 지난 5월 교회 본당에서 저마다 아기를 안고 유아세례 예식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지난 5월 출생아 수가 4월에 이어 늘었다. 두 달 연속 월별 출생아 수가 증가한 건 8년 만이다. 저출생 극복이 국가 시급한 국정 현안으로 떠오른 가운데 저출생 흐름의 반전 가능성이 주목된다.

2개월 연속 출생아수 증가 8년만

교계 지도자들은 출생아 증가 추이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저출생 사역에 앞장설 것을 요청했다. 또 정부와 국회 차원의 법·제도 지원 뿐만 아니라 출산 주체인 여성 목소리를 청취해 달라고 당부했다.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최근 발표한 ‘5월 인구동향’에서 5월 출생아 수는 1만 9547명으로 집계되면서 지난해 같은 달보다 2.7% 증가했다. 지난 4월(2.8%)에 이은 연속 증가다. 두 달 연속 월별 출생아 수가 증가한 건 2015년 10~11월 이후 처음이다. 출생아 증가 배경으로는 ‘결혼 건수 회복’ 등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훈(사진)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총회장은 “출생아 수가 2개월 연속 증가세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물론 조금 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지만 ‘그간의 노력이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싶은 마음에 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총회장은 특히 혼인 건수 증가를 주목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혼인건수는 19만400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11년 연속 줄어들다가 2000여건이 늘어난 수치다.

이 대표총회장은 “이 지점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이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출산이나 양육이라는 문제는 결국 ‘가정’이라는 가치와 직결된 문제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은 출생과 양육의 터전 위에서 세워지기 때문”이라며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 가정의 중요성과 가치가 높아지면 출산과 양육에 대한 관심과 필요 역시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 교회가 공동체 내에서 설교와 각종 교육 등을 통해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년층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앞장설 것을 당부했다.

교계, 돌봄사각 해소 박차 가할때


교회연합기관에서는 ‘교회별 지역돌봄센터 기능 준비’를 요청했다. 장종현(사진)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출산율 증가와 관련해 “지난해 최저치였던 합계출산율이 올해 0.6명대로 떨어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이러한 반등은 긍정적이며, 향후 더 나은 변화를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방심해선 안 된다. 이럴수록 더욱 저출생 극복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회장은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며 “한국교회는 종교시설을 활용해 영유아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법제화하기 위한 입법청원을 추진 중이다. 교회가 돌봄을 지원한다면 젊은 부모들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선 교회의 기초 단위인 가정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철(사진) 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은 “가정을 통하지 않는 교회란 없다”며 “건강한 가정에서 자녀들이 출생하고 번성하는 것이 중요하고, 그 가정이 모여서 결국 교회를 이루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정이 무너지면서 저출생 문제도 등장한 것”이라고 진단하며 “가정을 든든하게 세우고 신앙적 관점에서 바르게 살아가도록 하는 게 교회의 길”이라고 전했다.

이 감독회장은 “교회는 근본적으로 동성애를 반대하는데, 이유는 남자와 여자가 가정을 이뤄 하나님의 축복으로 번성하는 것을 신앙적으로 강조하기 때문”이라며 “건강한 신앙은 건강한 가정에서 나온다는 것이 감리교회는 물론 한국교회의 일관된 관점”이라고 강조했다.

‘결혼·출산이 축복’ 인식 넓혀야


김종생(사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이끌 다음세대와 여성들의 목소리를 청취할 것을 주문했다.

김 총무는 “단순 ‘생육하고 번식하라’는 성경말씀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하면서 “결혼과 출산의 당사자들인 그들이 갖고 있는 고충을 청취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공동체적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생 문제가 단순 물질을 지원하는 식으로의 제도만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의 혼인과 출산이 축복이라는 사회인식 개선이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의 역할론도 제기됐다. 이 대표총회장은 “국민일보는 ‘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하나님의 선물 아이좋아 시즌2’ 등의 기획 시리즈로 독자에게 출산 장려와 가정의 중요성을 전하고 있다”며 “이 같은 노력이 저출산 해결에 참신한 정책적 제언이 될 수 있으며 나아가 사회적 변화를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일보의 대사회적 소명을 통해 희망을 향한 패스파인더(개척자)로서, 싱크탱크로서의 역할을 감당해 나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동규 조승현 손동준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