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 논란이 역사관 논쟁으로 비화하고 있다. 이종찬(사진) 광복회장은 “정부가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광복회는 광복절 행사에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들과 야권도 김 관장 임명이 철회되지 않으면 광복절 경축식에 불참하겠다고 나서면서 오는 15일 제79주년 광복절 행사가 둘로 쪼개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광복회 관계자는 11일 통화에서 “신임 독립기념관장이 사퇴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시점은 이미 지났다”며 “다른 사람이 와도 정부가 건국절 도입을 추진하면 그간 우리가 쌓은 게 다 무용지물이 된다”고 말했다. 김 관장 임명을 건국절 등 ‘뉴라이트 사관’을 관철하려는 포석 중 하나로 인식한다는 의미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10일 한 특강에서 “용산에서, 국가보훈부에서 여러 회유책을 들어 행사(광복절 경축식)에 참석하라고 했으나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 있는 반역자들이 일본 우익과 내통한다는 위기감이 들었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결단한 것이 경축식 불참”이라고 덧붙였다.
광복회는 광복절 기념식을 독립운동단체연합과 함께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념식 이후에는 외교부 장관에게 일제 강점의 불법성에 대한 정부의 일관된 입장을 확인해달라는 내용의 공식 질의서를 보낼 방침이다. 25개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 역시 별도의 기념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야6당도 광복절 행사 불참을 결정했거나 검토 중이다. 강유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광복회가 창립 후 처음으로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했다”며 “만약 이번 인선을 고집한다면 민주당은 광복회의 뜻을 존중해 경축식에 불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훈부는 앞서 지난 6일 김 관장이 신임 독립기념관장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이 회장이 “뉴라이트 인사가 독립기념관장 후보에 포함된 것을 비판한다”는 기자회견을 연 지 하루 만이었다. 광복회 측은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원회 의사결정 과정에 하자가 있다며 법적으로도 대응하기로 했다. 광복회 관계자는 “12일 오영섭 독립기념관 임원추천위 위원장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관장은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 식민 지배를 옹호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며 직을 계속 수행하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