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심혈관질환에 대한 ‘건강 염려증’이 크다. 지난해 건강검진 결과 동맥 두께 증가 소견이 관찰된 데다 아버지가 심근경색으로 큰 수술을 받은 적이 있어서다. 보험 가입을 시도했지만 처음 상담한 보험사에서는 거절당했다. 과거 진료기록이 있는 유병력자라 일반심사형 보험상품 제공이 어렵다는 것이다. 박씨는 최근에야 다른 보험사와 간편보험(유병자보험)으로 계약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과거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유병력자를 위한 보험상품이 늘면서 유병력자들의 숨통이 트이고 있다. 유병력자 가입 문턱을 낮춘 간편보험이 확산되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사회 구조가 고령화된 데다 발전한 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어 손해율을 관리하면서 고객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보험 가입 건수는 2021년 361만건, 2022년 411만건에서 지난해 604만건으로 급증했다. 그동안 새로운 보험 가입이 어려웠던 유병력자들의 대기 수요가 많았고,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을 다양하게 출시한 영향이 컸다. 향후 간편보험 시장 역시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간편보험은 질병 관련 고지 항목을 간소화한 보험 상품이다. 일반보험보다 묻는 질병의 종류가 적고 질문 항목도 절반 수준이다. 또 이전에 앓았던 질병에 대한 고지 기간을 5년에서 2년으로 축소했고, 치료 방식도 입원·수술 등으로 한정했다. 그러다 보니 보험사들은 주로 ‘가입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간편보험 판매를 확대해왔다.
하지만 편의성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금융 소비자들이 간과하는 부분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간편보험의 보험료는 대체로 일반보험보다 비싼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일반보험 가입이 어려운 고령자와 유병력자를 대상으로 출시한 상품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사람은 간편보험에 가입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 간편보험은 대체로 일반보험보다 보장조건이 제한적이다. 뇌혈관 질환 진단을 받더라도 뇌혈관 중 뇌출혈로 진단된 경우에만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준다든지 허혈성심질환 중 급성심근경색증 진단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고지항목을 간소화한 상품이지만 청약서에서 묻는 항목에는 정확히 답변해야 한다. 간편보험은 가입 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의 진단서나 소견서 등을 통해 입원·수술 필요소견과 추가검사·재검사 필요소견을 받은 적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또 2년 이내에 입원하거나 수술받은 적이 있는지, 가입 전 5년 이내에 암 등 질문 대상 질병으로 진단·입원·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지도 정확히 알려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간편보험 가입 대상은 대부분 질병이 있어 새로운 보험가입이 어려운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며 “청약서에서 묻는 사항에 대해 정확히 알리지 않으면 보험계약이 해지되거나 보험금 지급이 안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