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퇴직을 3년 앞둔 50대 남성 김모씨는 최근 간병보험을 새로 가입했다. 김씨는 “요즘 40대, 50대는 은퇴 후 자녀들에게 봉양을 기대할 수 없는 세대”라며 “미래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뒤늦게라도 간병보험에 드는 사례가 주변에도 많다”고 말했다.
노인 인구 급증으로 고령자보험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대수명이 높아진 데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노후의료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령이 될수록 급증하는 의료비 지출은 노후 자산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특히 ‘간병 부담’은 ‘간병 지옥’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회문제로 번지고 있다. 이에 40대부터 간병·치매보험을 준비하는 것이 유병장수시대에 맞는 재테크 전략이라는 조언이 나온다.
초고령사회 진입 눈앞
12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전체의 17.5%다. 이 비율은 2025년 20.6%를 기록할 전망이어서 한국은 곧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노인 인구만 1000만명을 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에 따라 전체 사회의 부양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2022년 기준 한국의 노년부양비(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 인구 비율)는 24.6명인데, 50년 뒤인 2070년에는 100.6명 수준으로 크게 상승한다. 생산연령인구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꼴이다.
반면 정부가 공보험으로 운영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내년부터 재정수지 적자로 돌아선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31년부터 누적적립금도 소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요양 수급자가 늘고, 요양서비스의 질 역시 높아지는 상황에서 본인부담금과 비급여 부담이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60대 이상 1인 가구 비중이 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말 1인 가구 가구수는 993만5600가구로 전체의 41.5%를 차지한다. 전체 1인 가구 중 70대 이상 비중이 19.66%로 가장 높고 60대 이상을 포함하면 38.10%로 상승한다. 많은 노인 가구가 가족의 조력을 받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치매·간병에 대한 대비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간병·치매보험에 가입한 65세 이상 고령자는 2022년 기준 161만명에 불과하다. 전체(900만명)의 17.9%로, 10명 중 2명만 가입한 꼴이다.
보험연구원은 “2050년이면 치매비율(유병률)이 16.6%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며 “각종 성인병이나 가벼운 치매가 시작되는 40, 50대부터 미리 간병 위험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80세도 가입 가능, 보장은 100세까지
보험사들이 제공하는 간병·치매보험은 80세까지 가입할 수 있다. 보험시장에서 소외될 수 있는 고령층은 물론 암·고혈압·당뇨 등 과거 병력이 있는 고객까지 가입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고 있다. 보장 기간도 100세까지 설계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간병·치매보험은 발생률이 높은 경도치매부터 중증치매까지 치매 단계별로 보장 내용을 세분화하고 있다. 많은 보험 상품이 중증 치매로 진단받으면 보험료 납입을 면제해준다. 여기에 중증 이상에만 지원하던 생활자금을 중증도 이상 치매에 보장하는 보험 상품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보험 상품도 출시됐다. 삼성생명이 출시한 ‘삼성 치매보험’은 경도인지장애 또는 최경증 이상 치매 진단 시 돌봄로봇을 1회에 한해 제공한다. 치매 직전 단계에서 치매로 발전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최경증 치매의 악화를 지연시킬 수 있도록 긴급콜, 복약 알림 등 디지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인기 특약만 뽑아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있는 상품도 늘었다. 3대 질병(암 급성심근경색증 뇌출혈)이나 중증치매 진단 시 이미 납입한 주계약 보험료를 환급해주거나 장기요양 관련 보장을 강화하는 식이다. 중증알츠하이머와 파킨슨병 등 우려되는 질병이 있다면 특약을 통해 보장범위를 확대할 수 있다.
건강관리와 의료서비스 지원 등 ‘고령자 맞춤형’ 부가 서비스도 늘어나는 추세다. 치매 발생 전후를 구분해 치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이다. ABL생명의 ‘(무)ABL치매케어보험’은 치매 발병 전 건강 상담과 명의 안내 등을 제공하다가 치매가 발병하면 요양보호사·간병인을 연계하고, 차량 에스코트 등의 치매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정대리청구제도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보험 가입자는 현실적으로 스스로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는 상황에 대비해 대리청구인을 미리 지정할 수 있다. 치매보험의 경우 대리청구인을 반드시 지정해야 한다. 이 경우 지정된 대리청구인은 보험사가 정하는 방법에 따라 보험금 청구가 가능하다.
간병·치매보험 가입 전 주의 사항도 있다. 간병보험은 상품마다 간병비 지급 사유가 치매 진단, 장기요양 등급 판정 등으로 각각 다르므로 상품의 보장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고 선택해야 한다. 80세 이상의 나이도 보장이 되는지 여부와 보험료가 장기간 납입 가능한 수준인지도 확인하고 가입해야 한다.
특히 가입 전에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무해지 또는 저해지 환급형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상품들은 표준형 대비 보험료는 낮지만 납부 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해지할 경우 해지 환급금이 아주 적거나 아예 못 돌려받을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가입 전에 보험료가 유지 가능한 수준인지,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를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