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와 물가 안정세에도 내수는 9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바닥을 모르는 내수 부진에 ‘금리 인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1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2분기 102.0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9% 감소했다. 이는 2009년 1분기(-4.5%) 이후 15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소매판매는 또 2022년 2분기 ‘0.2% 감소’를 시작으로 9개 분기 연속 전년 같은 분기보다 감소하고 있다. 199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긴 감소 흐름이다. 올해 2분기에는 승용차(-13.2%), 의복(-4.4%), 음식료품(-3.2%) 등 품목에서 감소 폭이 두드러졌다.
또 다른 소비 동향 파악 지표인 서비스업생산지수(불변)는 2분기 1.6% 증가했지만 도매 및 소매업 생산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2.1% 감소하는 등 내수와 연관성이 큰 업종은 부진했다. 숙박 및 음식점업 생산도 2분기 1.8% 감소하며 5개 분기 연속 감소했다.
내수 부진에 따라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속속 낮아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8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하향 조정했다. 증권가에서도 삼성증권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에서 2.5%로 내리는 등 하향 조정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투자·KB·유진투자증권도 전망치를 2.5%에서 2.4%로 낮췄다.
이에 고금리 장기화를 내수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금리 인하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이달 한국은행이 이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있고 높은 환율이 유지되는 데다 최근 일본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미국보다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미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에 반영이 돼 시장금리도 많이 낮아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다만 10월 금통위에선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 여부가 불확실한 미국과 달리 한국의 내수 침체 신호는 분명하다”며 “다음 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한은은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구정하 기자, 세종=김윤 기자 g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