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000대가량 도입되는 전기버스가 저속 운행 시 내는 경고음을 두고 때아닌 논란이 일고 있다. 전기버스는 일반버스에 비해 엔진 소리를 비롯한 소음이 거의 없다. 이에 현행법은 어린아이나 시각장애인 등에게 주의를 환기할 목적으로 일정 속도 이하에서 전기버스가 경고음을 울리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이 소리가 시끄럽다는 시민들의 불편 호소가 이어지고 있다.
11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최근 서초구청에 한 민원이 제기됐다. 관내 마을버스 일부가 전기버스인데, 버스에서 나는 규칙적인 소리가 시끄럽다는 내용이었다. 현재 서초구 관내에선 전기버스 20대가 총 9개 마을버스 노선에 투입되고 있다.
전기차는 온전히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회전시켜 구동력을 얻는다. 이 때문에 일반적인 가솔린차 혹은 디젤차에서 들을 수 있는 엔진음과 배기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조용한 버스’로 인한 문제도 있다. 소리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저속에서 저소음으로 달리는 전기버스는 위험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이 버스 엔진 소리를 듣지 못한 채 갑자기 도로에 뛰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국토교통부는 2018년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을 개정했다.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 등 동력발생장치가 전동기인 자동차는 시속 20㎞ 이하 주행 상태에서 의무적으로 경고음을 내는 장치를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교통사고 증가를 막기 위해 정부가 전기차에 대한 의무적인 경고음 규정을 만든 것이다.
지난해 국토부에 신규 등록된 전기버스는 2820대로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환경부의 적극적인 친환경 정책 덕분이다. 전기버스가 늘어날수록 전기차 경고음을 둘러싼 시민들의 불편 호소도 제기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버스 경고음은 필요하다며 성숙한 시민의식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권용주 국민대학교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전기버스가 다가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경고음은 필요하다”며 “다만 시민들이 불편함을 덜 느낄 정도로 경고음을 조정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원준 기자 1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