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이 11일(현지시간) 폐회식을 끝으로 16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소수정예로 나선 ‘팀코리아’ 한국 선수단은 어두웠던 메달 전망을 지워내고 ‘파리의 기적’을 써내며 한국 스포츠의 희망을 밝혔다. 세계 최강 실력을 보여준 ‘활·총·칼’ 양궁·사격·펜싱 종목의 대활약 속에 세대교체 신호탄까지 쏜 한국 선수단은 4년 뒤 열릴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에서 또 한번의 성장 드라마를 기대케 했다.
한국 선수단은 1976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역대 최소 인원인 21종목 144명으로 파리올림픽 무대에 도전했다. 금메달 5개에 종합 15위라는 보수적 목표를 내걸었지만 한국은 메달 32개(금13·은9·동10)로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메달을 30개 이상 따낸 건 하계올림픽 역대 다섯 번째이자 2012 런던 대회 이후 12년 만이다. 금메달 숫자는 최다 13개를 수확했던 2008 베이징, 2012 런던 대회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한국 선수단은 전 종목에서 세대교체 흐름이 짙었다. 체육계 관계자들은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베테랑 국가대표들이 대거 은퇴한 데다 올림픽 경험이 적거나 없는 신예들이 나서면서 적잖은 우려를 드러냈었다.
하지만 MZ 태극전사들은 강했다. 한국 선수단 중 가장 어렸던 사격 대표팀의 2007년생 반효진(대구체고)은 하계올림픽 100번째 금메달 수확과 함께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박상원(대전시청)과 도경동(국군체육부대)이 새롭게 합류한 펜싱 ‘뉴 어펜저스’는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를 달성하며 미래를 밝혔다.
메달 사냥은 대회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 2003년생 동갑내기 선수들이 대미를 장식했다. 박혜정(고양시청)은 역도 여자 81㎏ 이상급 경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달성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성승민(한국체대)은 근대5종 여자부 결승에서 아시아 여자 선수 최초로 동메달을 손에 쥐며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선수단 총감독인 장재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은 “이번 올림픽에는 나서지 않았지만 국가대표들의 훈련을 도운 파트너 선수 중에서도 잠재력을 갖추고 향후 주역이 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어린 선수들의 성장을 계속 지켜봐 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양궁 3관왕’에 오른 김우진(청주시청)과 임시현(한국체대)은 대한체육회가 출입기자단 투표를 통해 선정한 한국 선수단 남녀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