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입원환자가 4주 새 6배 폭증했다. 코로나19는 4급 감염병으로 등급이 낮아진 이후 확진자 수를 집계하지 않고 있는데, 입원하지 않은 단순 확진자까지 포함하면 유행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여름 대유행’을 예고했지만 치명률과 중증화율은 높지 않아 중증 환자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8월 1주(7월 29일~8월 4일) 코로나19 입원환자수는 861명으로 집계됐다. 4주 전이었던 7월 2주 148명보다 6배나 높은 수치다. 질병청이 전국 200병상 병원급 표본감시기관 220곳에서 입원환자 현황을 감시한 결과다. 여기에 집계에 잡히지 않은 단순 확진자까지 더하면 코로나19 유행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이 전체 입원환자수의 65.2%를 차지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호흡기 바이러스는 주로 겨울철에 유행하지만, 최근 2년간 여름철에도 유행했던 추세를 고려하면 8월 말까지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올여름 큰 규모의 유행이 올 것으로 내다봤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오미크론 KP.3)가 발생하면서 더 많은 환자가 발생했고, 지난해보다 유행이 커졌다”며 “특히 코로나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면서 예방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적었던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달 기준 KP.3 변이 점유율은 45.5%로 6월 대비 33.4% 포인트 증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도 “이전 유행의 크기가 작았기 때문에 이번 유행은 더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전문가들은 KP.3 변이가 전파력이나 중증도 증가와 관련해 세계보건기구에 보고된 바는 없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변이가 예전보다 더 독해졌다거나 치명률을 높인다는 보고는 없으므로 예전의 방역 조치로 돌아갈 필요는 없다”면서도 “유증상자에게 마스크를 쓰게 하는 등 중증 환자를 감소시킬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진단키트와 치료제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 교수는 “일부 유통 문제가 발생했지만, 정부가 확보한 분량이 많기 때문에 다 활용하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변이가 치명률을 높이진 않더라도, 65세 이상 등 중증 환자 대응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의사 집단행동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유행 규모가 커지면 중환자 진료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정 교수는 “지금 당장은 문제가 없더라도 유행 규모가 크게 늘면 중환자 대응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