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올림픽에서는 MZ세대 태극전사들의 맹활약이 빛났다. 선수단 최고령 금메달리스트 펜싱의 구본길은 1989년생이다. 최연소 금메달의 주인공은 2007년생 여고 2학년 반효진이다.
이들 MZ세대의 절대 명제는 누가 뭐래도 ‘공정’이다. 이는 실력주의로 이어진다. ‘누가 국가를 대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MZ 태극전사들은 “가장 실력 좋은 선수”라고 답한다.
공정과 실력주의를 잘 따른 종목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성과를 냈다. 대표적인 것이 ‘활·총·칼’로 대변되는 무기 종목들이다. 양궁, 사격, 펜싱은 올림픽에서 10개의 금메달을 합작했다.
5개의 금메달을 ‘싹쓸이’한 양궁은 올림픽 메달보다 국가대표 되기가 더 어렵기로 유명하다. 이번 대회 대표 선발전도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9월부터 1~3차 선발전을 거쳤고 추가로 두 번의 최종 평가전을 통해 남녀 각 3명의 국가대표를 선발했다. 어떠한 특혜도 배려도 없었다. 지난 도쿄올림픽 여자 3관왕 안산도 선발전에서 탈락했을 정도다. 6명의 국가대표 가운데 4명이 첫 올림픽 출전이었다.
사격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대한사격연맹은 이번 올림픽부터 대표 선발 방식을 바꿨다. 각자 정해진 발수를 쏜 뒤 고득점자 순으로 선발하던 것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기록한 선수를 한 명씩 탈락시키는 ‘녹아웃’ 방식을 채택했다. 선발전 때부터 긴장감을 부여해 ‘강심장’ 선수를 뽑겠다는 의도였다. 제도 변경은 적중했다. 파리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3개를 수확하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올렸다.
펜싱 국가대표는 국내 대회 성적과 국제펜싱연맹 세계랭킹 포인트를 합한 순위대로 뽑는다. 편파적인 평가가 들어갈 여지가 없는 셈이다. 도쿄 대회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을 딴 2명이 은퇴하고도 3연패를 달성한 원동력은 공정한 선발 시스템에 있다.
각 협회의 지원도 한몫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협회장을 맡은 대한양궁협회의 지원은 정평이 나 있다. 현대차그룹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통 큰 지원을 매년 하고 있다. 양궁협회는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해 양궁 경기가 열린 파리 앵발리드에서 도보 5분 거리 호텔에 선수들을 머물게 했다.
SK그룹은 펜싱 종목의 든든한 후원자다. SK텔레콤이 2003년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를 맡은 뒤 20년 넘게 펜싱 경기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누적 지원 금액만 약 300억원에 이른다. 사격 종목 ‘키다리 아저씨’는 한화그룹이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사격연맹 회장사를 맡으며 200억원 넘는 발전기금을 내놓았다.
양궁 사격 펜싱 태권도 배드민턴 등 금메달을 딴 종목은 모두 국내에 올림픽 모의 경기장을 만들어 빠른 현지 적응을 도왔다는 공통점도 있다. 올림픽에 앞서 한국에서부터 경기장 분위기를 미리 느끼도록 했다. 올림픽 메달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