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 시작 직전, 전지희 이은혜 신유빈 선수가 눈을 감고 손을 한데 모은 채 기도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후 경기가 시작되며 이은혜가 독일 선수를 압도하자 한 방송 아나운서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며 그의 이름을 치켜세웠다.
이은혜의 귀화를 돕고 물심양면으로 도운 양영자 선교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동메달을 따고 은혜와 통화하면서 ‘하나님이 네 손을 붙드시고 경기 내내 함께하심을 느꼈다’고 감사를 나눴다”며 “경기 전 기도는 누구 아이디어였냐고 물었더니 자신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양 선교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탁구 복식에서 현정화와 함께 금메달을 딴 뒤 몽골 등에서 탁구를 가르치며 선교 활동을 해왔다. 중국 허베이성 출신인 이은혜가 한국 선수로 활동할 수 있게 된데는 양 선교사의 역할이 컸다. 이은혜는 내몽골에서 유소년 탁구 선수로 활동하던 중 양 선교사를 만나 한국으로 귀화했다. 양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처음 알게 됐는데, 이은혜가 지원을 받아 잠시 한국에 전지훈련을 왔을 때 함께 교회에 나가면서부터다. 이후 내몽골에서 양 선교사 가정에서 성경공부를 하며 신앙을 키웠다. 이은혜는 그런 양 선교사를 엄마로 생각한다. 두 사람은 평소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난다고 한다.
이은혜는 이번 올림픽에서 줄곧 자신의 신앙을 드러냈다. 동메달 결정전 2라운드를 승리로 마친 뒤, 또 지난 6일(현지시간) 8강 스웨덴전에서 2라운드를 따내면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스웨덴전 후 기자회견에서 기도 세리머니 질문이 나오자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이었다”고 답했다. ‘첫 올림픽에서 첫 메달(동메달)까지 딴 기분’을 묻자 “하나님 은혜였다. 그게 아니었으면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고 너무 좋은 두 선수와 함께 이렇게 메달을 따지도 못했을 것 같다. 저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은혜”라고 강조했다.
양 선교사는 “그간 고생한 시간을 넘어 하나님이 역사해 주신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었다”며 “첫 올림픽 무대의 첫 주전 선수로 뛰면서 긴장감과 부담이 컸을 텐데 예상외로 침착하고 담대한 모습에 감탄했다”고 설명했다.
귀화 후 이은혜가 어려움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려고 할 때 붙잡아 준 것도 신앙이었다. 양 선교사는 공황장애 등으로 힘들어하는 이은혜에게 40년 지기 친구가 교역자로 활동하는 경기도 김포 하나로교회(백선기 목사)를 소개해 좀 더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로교회는 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이은혜 등 한국 선수의 안전과 선전을 기원하며 중보기도와 금식기도를 펼쳤다. 이은혜가 속한 청년부 담당 정희 전도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동메달은 이 선수의 믿음과 중보기도, 하나님 사랑의 결실이 아닐까 싶다”고 감격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