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탁구 단체전 최종 병기는 기도… 이은혜 “모든 것이 은혜”

입력 2024-08-12 03:00
파리올림픽 한국 여자 탁구 대표팀 이은혜(왼쪽)와 양영자 선교사가 사석에서 만나 웃으며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양 선교사 제공

10일(현지시간)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 시작 직전, 전지희 이은혜 신유빈 선수가 눈을 감고 손을 한데 모은 채 기도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후 경기가 시작되며 이은혜가 독일 선수를 압도하자 한 방송 아나운서는 “어메이징 그레이스”라며 그의 이름을 치켜세웠다.

전지희 신유빈 이은혜(왼쪽부터)가 여자 단체전 동메달 결정전에 앞서 기도하고 있는 모습. SBS 중계화면

이은혜의 귀화를 돕고 물심양면으로 도운 양영자 선교사는 11일 국민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동메달을 따고 은혜와 통화하면서 ‘하나님이 네 손을 붙드시고 경기 내내 함께하심을 느꼈다’고 감사를 나눴다”며 “경기 전 기도는 누구 아이디어였냐고 물었더니 자신이라고 하더라”고 전했다.

양 선교사는 1988년 서울올림픽 여자 탁구 복식에서 현정화와 함께 금메달을 딴 뒤 몽골 등에서 탁구를 가르치며 선교 활동을 해왔다. 중국 허베이성 출신인 이은혜가 한국 선수로 활동할 수 있게 된데는 양 선교사의 역할이 컸다. 이은혜는 내몽골에서 유소년 탁구 선수로 활동하던 중 양 선교사를 만나 한국으로 귀화했다. 양 선교사를 통해 복음을 처음 알게 됐는데, 이은혜가 지원을 받아 잠시 한국에 전지훈련을 왔을 때 함께 교회에 나가면서부터다. 이후 내몽골에서 양 선교사 가정에서 성경공부를 하며 신앙을 키웠다. 이은혜는 그런 양 선교사를 엄마로 생각한다. 두 사람은 평소 시간이 날 때마다 만난다고 한다.

이은혜는 이번 올림픽에서 줄곧 자신의 신앙을 드러냈다. 동메달 결정전 2라운드를 승리로 마친 뒤, 또 지난 6일(현지시간) 8강 스웨덴전에서 2라운드를 따내면서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했다. 스웨덴전 후 기자회견에서 기도 세리머니 질문이 나오자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마음이었다”고 답했다. ‘첫 올림픽에서 첫 메달(동메달)까지 딴 기분’을 묻자 “하나님 은혜였다. 그게 아니었으면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고 너무 좋은 두 선수와 함께 이렇게 메달을 따지도 못했을 것 같다. 저에게는 (이 모든 것이) 은혜”라고 강조했다.

경기를 마친 이은혜가 탁구대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 선교사는 “그간 고생한 시간을 넘어 하나님이 역사해 주신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었다”며 “첫 올림픽 무대의 첫 주전 선수로 뛰면서 긴장감과 부담이 컸을 텐데 예상외로 침착하고 담대한 모습에 감탄했다”고 설명했다.

귀화 후 이은혜가 어려움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두려고 할 때 붙잡아 준 것도 신앙이었다. 양 선교사는 공황장애 등으로 힘들어하는 이은혜에게 40년 지기 친구가 교역자로 활동하는 경기도 김포 하나로교회(백선기 목사)를 소개해 좀 더 안정적인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로교회는 이번 올림픽 기간 내내 이은혜 등 한국 선수의 안전과 선전을 기원하며 중보기도와 금식기도를 펼쳤다. 이은혜가 속한 청년부 담당 정희 전도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동메달은 이 선수의 믿음과 중보기도, 하나님 사랑의 결실이 아닐까 싶다”고 감격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