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던 ‘스마일 점퍼’ 우상혁(28·용인시청)이 끝내 눈물을 쏟았다. 우상혁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7위(2m27)로 경기를 마쳤다. 비록 꿈꾸던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지만 한국 육상 트랙·필드 종목 최초로 2회 연속 올림픽 결선에 오르는 역사를 썼다.
이날 우상혁은 2m31 마지막 시도에서 바를 떨어뜨린 뒤 매트에 주저앉아 얼굴을 파묻었다. 한참 만에 고개를 든 그는 미소로 관중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하지만 이내 김도균 감독을 떠올리자 감정이 북받쳤다. 우상혁은 “감독님은 나를 위해 개인 생활을 모두 포기하고 힘썼다. 오늘 메달을 따서 보답하고 싶었다”며 “파리올림픽은 끝이 났지만 내 점프의 끝은 아니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눈물을 닦은 우상혁은 함께 메달 세리머니를 약속했던 한국 근대5종 간판 전웅태(29·광주시청)의 성적을 확인하곤 탄식했다. 비슷한 시각 결승에 나선 전웅태는 최종 순위 6위로 세 번째 올림픽 무대를 아쉽게 마쳤다. 경기 후 믹스트존을 찾은 그는 “고생 많았다”는 한마디에 한참을 고개 숙여 흐느꼈다.
2020 도쿄 대회에서 한국 근대5종 사상 최초로 동메달을 따낸 전웅태는 이번에는 시상대 가장 높은 곳을 바라봤다. 직전 종목 수영까지 3위를 유지했지만 사격에서 실수를 연발해 뒤처졌다. 전웅태는 “실수가 나와도 참고 이겨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아쉬웠던 부분을 계속 연달아서 반복한 게 많이 아쉽다”며 “기대에 부응하려 했는데 조금 욕심을 부린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 대회 당시 석연찮은 판정으로 메달을 놓쳤던 역도의 김수현(29·부산체육회)은 이날도 눈물을 흘려야 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한 실패 판정이 거듭되면서 6위로 대회를 마쳤다. 한참 동안 단상에서 내려오지 못했던 김수현은 이내 특유의 유쾌함을 되찾고 다음 대회를 기약했다. 그는 “내가 부족한 탓”이라며 “저 ‘센캐(센 캐릭터)’들을 이기기 위해 또 죽어라 담가보겠다. 큰 데서 데어야 작은 데서는 데미지(충격)를 덜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비보이계의 살아 있는 전설 김홍열(홍텐·40·도봉구청)은 아쉽게 조별리그에서 발길을 돌렸다. 불혹에 올림피언이 된 그는 “이제는 도전할 기회가 많지 않은데 하는 생각에 주저앉은 적도 있었다”며 “후배들이 내가 여기서 당한 걸 복수해줬으면 좋겠다”고 웃어 보였다.
정신영 기자, 베르사유=이누리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