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아프리카 국가인 보츠와나를 비롯해 다수의 국가가 사상 첫 메달을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레칠레 테보고(21)는 올림픽 육상 남자 200m 결승에서 1위로 골인했다. 보츠와나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인구 240만명의 아프리카 소국에선 축제 분위기가 연출됐다. 모퀘에치 에릭 마시시 보츠와나 대통령은 임시 공휴일을 선포했다. 그는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경이적인 테보고 덕분에 (너무 소리를 질러) 목소리가 잠겼다”고 밝혔다.
인구 18만명인 카리브해 섬나라 세인트루시아의 쥘리앵 앨프리드(23)도 깜짝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앨프리드는 여자 100m에서 1위로 통과했다. 세인트루시아는 1996년 애틀랜타 대회에 처음 참가한 이후 28년 만에 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정부는 앨프리드가 올림픽을 제패한 날을 ‘주주(앨프리드의 애칭)의 날’로 선포했다.
도미니카연방의 테아 라폰드(30)는 여자 세단뛰기에서 우승하며 자국에 첫 메달을 선사했다. 중앙아메리카에 있는 섬나라인 도미니카연방은 인구수 7만5000명에 불과하다.
여자 사격 트랩의 아드리아나 루아노(29)는 과테말라 역사상 첫 금메달리스트에 올랐다. 과테말라는 1952년부터 올림픽에 참가했는데, 메달을 딴 건 2012 런던올림픽 20㎞ 경보에서 에릭 바론도가 딴 은메달이 유일했다. 북중미에 있는 나라로 고대 마야문명 발상지 중 하나인 과테말라는 인구가 1891만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승리가 단순한 금메달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본다. 올림픽 메달을 따는 건 개인의 노력만으론 어렵다. 대표선수 한 명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훈련을 하거나 관련 시설을 갖추고 수당을 제공하는 등 투자가 필요하다. 또 인구수도 많아야 한다.
최빈국 중 하나인 네팔은 올림픽에 18번 출전했으나 메달을 딴 적이 없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300달러(약 177만원)로 낮아 스포츠에 대한 투자를 할 여력이 부족하다. 반면 GDP 24만1000달러인 부국 모나코는 인구가 3만6000명에 불과해 선수 발굴이 쉽지 않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