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서울의 한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학생인 김서영(가명·16)양은 이렇게 털어놨다. 그는 이른바 ‘제3국 출생 탈북자’다. 북한에서 탈북해 바로 한국에 들어온 것이 아니라 중국 동남아 등 제3국에서 탈북자 출신 부모에게서 태어난 뒤 국내 입국한 경우를 일컫는다.
지난 8일 경기도 연천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열린 ‘남북청년연합캠프’에서 만난 탈북 청소년 중엔 중국 러시아 등 제3국에서 태어난 청소년이 많았다. 북한을 탈출해 제3국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근래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 입국 여건이 여의치 않으면서 이런 탈북 청소년이 늘었다는 게 탈북 청소년 교육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현장에서 만난 한꿈학교 교목인 윤광식 목사는 “팬데믹 3년 동안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길이 막혔고 북한에서 탈북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며 “우리 학교에서 제3국 출생과 북한 출신 탈북 청소년은 대략 8대 2 비율”이라고 설명했다.
제3국 출생 탈북 청소년의 심각한 문제는 정체성 혼란이다. 일례로 북한 출신의 어머니를 두고 있지만 태어난 곳은 중국이며, 한국으로 들어와 살고 있는 경우가 그렇다. ‘나는 북한 사람인지 중국 사람인지 한국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들은 복지 혜택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조명숙 여명학교 교장은 “제3국 출생 아이들은 북한 출생 아이들처럼 하나원에서 교육받을 수 없으며, 다문화가정으로 분류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탈북 청소년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발견한 사실은 한국에 들어온 이들에게 교회가 알게 모르게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착과정에 필요한 물질적 지원뿐 아니라 정서적 교류에 있어서 버팀목이 되고 있었다.
열 살 때 어머니와 탈북한 김은정(17)씨는 “교회를 자주 가진 않지만 교회에서 만난 사람들의 친절함과 함께 찬양했던 경험이 있다. 교회가 북한 아이들의 자유와 행복을 위해 기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꿈학교 졸업생인 박지연(26)씨는 “선교사님들의 인도와 교회 보호 아래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었다”면서 “텅빈 집에 교회 분들이 가전제품도 구비해 주고 중고로 구할 수 있는 방법도 함께 알아봐줬다. 물질적 도움뿐 아니라 신앙적인 조언도 받을 수 있었다”고 고마워했다.
탈북 청소년을 위한 교계 역할은 무엇일까.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 교장들은 “복음을 통한 정체성 확립”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봉실 교장은 “탈북 청소년은 부모와 국가에 받은 상처가 크다”면서 “교회가 부모와 자녀를 함께 전도하고, 부모자녀교실이나 돌봄활동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교장은 “아이들은 국가의 보호와 부모의 사랑이 모두 부족한 상황에 방치돼 왔다”면서 “예수님의 사랑만이 이들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고 신앙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연천=글·사진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